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7-11-05 09:55:37
확대축소
공유하기
구본준 LG 부회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가며 내년에도 전장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전장사업은 선행투자가 많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오너경영인인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 구본준 LG 부회장.
5일 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이 전장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인 LG화학은 유럽 폴란드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내년 1분기부터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8월 말 공장 증설을 위해 폴란드 자회사 LG화학 브로츠와프 에너지에 4360억 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LG전자는 8월 말 285억 원을 들여 미국 미시간 주에 전기차 부품공장을 세울 계획을 세워둔 데다 9월 말에는 1조 원 규모로 지주사 LG와 손잡고 오스트리아 기반 자동차 조명업체 ZKW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삼성그룹, SK그룹과 달리 그동안 5천억 원이 넘는 규모의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구 부회장은 예전부터 과감한 경영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왔는데 전장사업에서도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은 2000년대 중반 LG필립스LCD(현재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일할 당시 경기 파주에 초대형 LCD패널공장을 구축했다. 연간 수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벌인 결과 LG디스플레이가 6년 연속 전 세계 대형LCD패널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상사를 이끌 때도 석유광구에 투자하거나 대형트럭 등 상용차를 수입하는 신사업을 위주로 경영을 펼쳐왔다. LG전자 대표이사 시절에는 전장사업을 비롯해 에너지부문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더욱이 전장사업은 투자자원에 비해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오너경영인인 구 부회장이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부품 특성상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부품보다 훨씬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오랜 투자기간과 연구개발비가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부품은 온도 등 외부환경 변화에 조금만 취약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스마트폰 부품보다 제조공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큰 규모의 인수합병을 이끌거나 글로벌 완성차업체 고객사들을 확보해야 하는 점도 오너경영인의 역할이 부각되는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9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단’이 있었던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 역시 최근 1조 원 규모의 유럽 자동차 조명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지주사 LG와 손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올해 초 ‘2017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설치된 LG 전시장에서 주요 완성차업체 고객사들을 초청해 부품설명회 등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메리 바라 GM 회장의 북미 기조연설에도 깜짝 방문해 협력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GM은 LG전자가 11종에 이르는 전장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최대 고객사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 시절 전장사업을 챙긴 것을 맞다”면서도 “다만 사업 의사결정에서 한 사람이 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