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그룹의 공익재단부터 정조준한 것은 공익재단이 가장 약한 고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은 모두 11개의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3개, 롯데그룹이 롯데문화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등 3개의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이 한국고등교육재단과 행복나눔재단, LG그룹이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함학원 등 각각 2개의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정몽구재단 1개를 보유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2일 5대그룹 전문경영인들과 간담회에서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며 새로 출범한 기업집단국이 우선적으로 대기업집단의 공익재단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익재단은 학자금, 연구비, 자선사업이나 에술사업 등을 지원해 사회 공공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인데 그동안 편법 상속·증여 통로의 역할을 하며 재벌의 지배구조 강화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법은 공익재단에 주식을 출연할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증여세를 면제하고 있어 대기업 총수들은 계열사의 지분을 공익재단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고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
지난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기 전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를 매입했다.
재단 측은 장기투자를 위한 매입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매입이라는 말도 나왔다.
흔히 재단이 보유한 지분은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 부회장은 재단의 지분상승으로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5년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공익재단인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이 일부 자금을 부담한 것도 논란이 됐다.
재벌닷컴이 8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20대그룹의 40개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상장주식 규모는 6조7천억 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이 2조9874억 원으로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했다. 5대그룹 안에서는 롯데그룹이 4180억 원으로 2위, 현대차그룹이 3934억 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LG그룹이 3518억 원, SK그룹이 248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회는 공익재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익재단의 면세기준을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주식발행총수의 10%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았지만 지난해 말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준이 5%로 낮아졌다.
국회에는 현재 공익재단의 공익성 준수 여부 등을 심의하는 시민공익위원회 신설을 뼈대로 하는 ‘공익법인운영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계류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공익재단을 신호탄으로 삼은 만큼 앞으로 대기업집단을 압박하며 본격적 재벌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