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왼쪽)과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7월4일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서 열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라인 제품 출하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팀 쿡 애플 CEO에게 스티브 잡스는 평생 못 넘을 산이 될 수도 있다. GE CEO들은 퇴임하는 날까지도 잭 웰치와 비교될 것이다.
이는 뛰어난 전임자에 이어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후임자가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뒤를 이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책임지는 DS부문장에 올랐다. 내년 주총에서는 대표이사가 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세계 1위로 만들어 놓은 전임자의 업적을 뛰어넘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전체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사업을 맡고 있다. 권 회장의 지휘 아래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시장 점유율에서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김 사장은 권 회장이 박수받을 때 떠난 그 자리를 이어받아 경영성과를 평가받을 때마다 권 회장의 업적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는 애플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팀 쿡 애플 CEO는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항상 비교된다.
제품의 세심한 부분까지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점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잡스처럼 혁신으로 선도하기보다는 기존 틀 안에서 성능을 높이고 디자인을 바꾸는 안정적 방식을 택한다는 말도 듣는다.
애플은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는데도 팀 쿡 CEO는 혁신이 부족하다고 전임자 잡스와 비교됐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지니 로메티는 2012년 샘 팔미사노의 뒤를 이어 IBM CEO에 올랐다. 전임자 팔미사노는 PC하드웨어 중심이었던 IBM을 IT연구개발 회사로 바꿔 영업이익률을 41%까지 끌어올리며 IBM을 탈바꿈했다.
로메티는 팔미사노가 닦아놓은 정보기술 기반 위에 혁신적 인공지능 ‘왓슨’을 얹는 데 성공하면서 IBM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 로메티는 전임자와 크게 비교되지 않았다. 로메티가 30년 이상 IBM에 있으면서 충분한 인계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권 회장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되고 김 사장이 종합기술원장을 맡게 된 점을 어찌 보면 김 사장에게 승계자의 무거운 짐을 조금씩 나눠 짊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권 회장은 DS부문장에서 물러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권 회장은 1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반도체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앞으로 일어날 반도체시장 변화를 놓고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김 사장의 몫이다. 김 사장도 늘 “시스템반도체분야에서 점유율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제 바통은 김 사장에게 넘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