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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웨이브 리더십] 인텔 CEO '오판'으로 반도체 리더십 상실, 삼성전자에 경종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4-09-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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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우리 기업은 성장엔진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CEO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경제위기의 분수령에서 주요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삼성전자 ‘이건희 시대’ 성장세 끝?, 이재용 AI·파운드리·로봇에서 새 돌파구
②LG 구광모 6년 ‘가성비 중국’의 위협, HVAC·XR·AI 신사업 초격차가 관건 
③중국 저가공세에 흔들리는 SK그룹, 최태원 리밸런싱으로 배터리 사업 키우기 
④현대차그룹 '전기차, 후퇴는 없다', 정의선 뚝심 경영으로 '캐즘' 돌파
⑤네이버 성장률 둔화 본격화, 최수연 토종 AI로 정면 돌파
⑥국내 실적 부진 넥슨 이정헌, ‘해외확장, 선택과 집중’으로 ‘연매출 4조’ 겨냥
⑦강해지는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 압박, 양종희 KB금융 지배구조 ‘리딩’ 과제 무겁다
⑧‘거인’ 미래에셋 박현주의 혜안, 글로벌IB 향해 쉼없이 달린다
⑨생보업황 악화에 지주사 전환까지 앞둔 교보생명, 신창재 무기는 ‘디지털’  
⑩현대카드 정태영 업황 악화 속 '침착한 전진', 건전성 수익성 혁신성 모두 챙긴다 
⑪갈림길에 선 롯데, 신동빈 ‘5대 재벌’ 회복할 무기가 안 보인다
⑫DL이앤씨 비우호적 환경에 악화한 수익성, 이해욱 건설명가 재건 기반 다지기
⑬신세계그룹 정용진, 재계순위 10위권 도약시킨 이명희처럼 위상 키울 무기는 
⑭대우건설 건설경기 부진에 수익성 악화, 정원주 ‘글로벌 대우’ DNA 회복 절실 
⑮인텔 반도체 ‘부동의 1위’ 무너뜨린 CEO 3인, 경영전략 실패가 삼성에 기회 열었다 

 
[빅웨이브 리더십] 인텔 CEO '오판'으로 반도체 리더십 상실, 삼성전자에 경종
▲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동시에 무리한 목표를 세운 팻 겔싱어 CEO의 판단이 인텔의 위기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수십 년째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인텔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잇따른 전략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텔의 역대 CEO들은 근원적 기술력 강화보다 수익성과 효율성, 경쟁에 중점에 두다가 정작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반도체 사업에서 여러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삼성전자 경영진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18일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이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 등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보다 더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인텔은 이미 2분기 실적 악화에 대응해 약 1만5천 명의 인력을 해고하고 20A(2나노급) 반도체 미세공정 상용화 및 설비 투자 계획도 백지화하는 등 공격적 수준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 철회, 자회사 매각과 파운드리 사업 분사 등 강도가 더 높은 조치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이 직면한 여러 문제가 일시적 위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텔은 수십 년째 세계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고 있던 기업”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여러 재앙이 겹치면서 명운을 걸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현재 인텔의 위기를 부른 가장 큰 원인으로 2021년 취임한 팻 겔싱어 CEO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꼽힌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선두 회복을 목표로 야심찬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인텔의 설계 경쟁력을 높여 엔비디아와 AMD 등 경쟁사에 맞서는 한편 반도체 미세공정 제조 기술도 1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텔이 경쟁사보다 지나치게 늦게 뛰어든 인공지능 GPU 시장에서 수 년 만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기업으로 등극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다.

더구나 그 사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도래로 엔비디아와 AMD가 반도체 수요 급증의 수혜를 차지해 격차가 벌어지며 인텔로서는 추격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아울러 팻 겔싱어 CEO가 파운드리 미세공정 개발 시간을 삼성전자 및 TSMC 대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해 이들을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점도 결국 ‘무리수’가 됐다.

이 전략은 자연히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비용 증가로 이어졌는데 인텔이 반도체 제조 사업에서 아직 뚜렷한 매출처를 발굴하지 못한 만큼 자금 여력이 크게 부족해졌다.

지금처럼 인텔이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에서 삼성전자와 TSMC에 우위를 내준 것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경영을 총괄했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크르자니크 CEO는 2014년 상용화된 인텔 14나노 공정이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하며 이를 2019년에 출시한 CPU 제품까지 주력으로 활용했다. 6년 동안 동일한 공정을 활용한 셈이다.
[빅웨이브 리더십] 인텔 CEO '오판'으로 반도체 리더십 상실, 삼성전자에 경종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인텔 CEO.
삼성전자와 TSMC는 스마트폰 성능 경쟁에 맞춰 고사양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위탁생산 기술 발전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18년 이후에는 7나노 미세공정을 주력으로 앞세웠다.

크르자니크 CEO가 PC와 서버용 CPU 시장에서 인텔의 꾸준한 성장을 자신해 모바일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을 게을리했던 점도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텔은 뒤늦게 모바일용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 등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퀄컴을 비롯한 경쟁사를 따라잡지 못하고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수순을 밟았다.

크르자니크 CEO가 물러난 뒤 경영을 맡게 된 밥 스완 CEO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전문성을 살려 비용 효율화와 같은 재무 개선 작업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낸드플래시 사업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인공지능과 5G, GPU 등 분야의 연구개발 비용 삭감도 이뤄졌다.

이는 현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해당 사업 분야에서 인텔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는 원인이 됐다.

결국 겔싱어 CEO는 취임 직후부터 인텔의 명예 회복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방향성을 잘못 잡고 말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텔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미래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경쟁사를 지나치게 의식해 무리한 목표를 앞세웠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인텔은 자율주행 반도체나 인공지능에 핵심인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와 같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 매각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텔이 재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미래 성장 동력을 포기하며 과거와 비슷한 위기에 다시 직면할 수 있는 악순환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과 기술력 모두 부동의 1위 기업으로 수십 년째 자리를 유지하던 인텔의 몰락은 CEO의 리더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현직 CEO의 잇따른 ‘판단 미스’와 잘못된 방향의 전략 수립이 인텔에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으로 이어지며 세계 반도체 시장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인텔의 빈 자리를 엔비디아와 AMD, 삼성전자와 TSMC가 채우기 시작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30년 가까이 세계 1위를 지키던 인텔의 아성이 최근 10년만에 힘을 잃고 말았다”며 “전직 CEO들의 연이은 실패와 안일한 태도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빅웨이브 리더십] 인텔 CEO '오판'으로 반도체 리더십 상실, 삼성전자에 경종
▲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인텔의 위기는 삼성전자에도 교훈을 남긴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 사업,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모두 인텔과 다소 비슷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능 경쟁력 확보에 고전해 퀄컴 반도체 구매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원가 부담과 파운드리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3나노 미세공정을 TSMC보다 먼저 상용화했지만 대형 고객사 수주 성과가 크게 뒤처지며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에 따른 결실을 거두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고객사의 분명한 수요를 확인하기보다 TSMC와 기술 개발 ‘속도전’에 집중한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의 판단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약점으로 작용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D램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크게 뒤처진 점도 HBM의 시장성을 과소평가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당장 실적을 내기 어려운 HBM을 비롯한 일부 연구개발 조직을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HBM 경쟁에서 뒤진 것이 이러한 경영진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던 경계현 전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사임하고 전영현 사장이 후임으로 오르는 인사가 이뤄졌다. 임기 만료 전 수장이 교체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사임 배경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직면한 여러 위기에 CEO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인텔과 비슷한 길을 걷지 않으려면 단기 경쟁이나 실적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는 등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진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HBM 경쟁에서 뒤처진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은 새로운 기술 전환과 관련해 장기간 안일한 태도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결국 인텔이 현재 직면한 위기는 삼성전자가 피해야 할 미래를 보여주는 ‘경고장’에 해당한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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