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때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했던 대우건설이 중흥그룹 품에 안긴 2021년 12월 이후로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중흥그룹 오너일가인 정원주 부회장은 직접 대우건설 회장을 맡아 사업을 챙기고 있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의 인수 이후로 체질 개선에 따른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2017년 이래 6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톱3에 재진입했다.

다만 국내 건설경기 불황에 현금 흐름 악화 등이 겹치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나는 등 수익성 악화 기조가 뚜렷해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절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대우건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24년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4.3% 하락한 2196억 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의 중흥그룹 편입 2년 차인 2023년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6625억 원이었다. 이는 편입 첫해의 영업이익 7600억 원보다 약 13.2% 줄어든 것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살펴보면 2022년 말 1조4231억 원에서 2023년 말 9816억 억으로 하락한 뒤 2024년 6월 말에는 9490억원까지 낮아졌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역시 2022년 말 마이너스 4231억 원을 기록한 이래 2023년 말 마이너스 8328억 원, 2024년 상반기 마이너스 1조779억 원으로 점점 규모가 늘어나는 모양새를 보였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 및 현금 흐름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부동산 경기 불황,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2023년 울산지역의 분양 경기 불황을 이유로 440억 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섰던 '울산동구일산동푸르지오' 신축 사업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대우건설이 이익 창출력과 현금 흐름의 악화라는 이중고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해외 사업 진출이 꼽힌다. 오너 회장을 맡고 있는 정원주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대우건설은 ‘글로벌 경영 DNA’와 ‘위기 극복 DNA’를 보유했던 대우그룹의 일원으로 재계에 남은 ‘대우’의 마지막 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원주 회장이 과거 ‘세계 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내 기업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우’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면서 대우건설을 세계적 디벨로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은 이러한 대우의 DNA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2024년 1월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 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며 “해외에 답이 있고 해외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잠들어 있던 대우건설의 DNA를 살리기 위한 정 회장의 노력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최근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참가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성공으로 이끈 데 이어 베트남에서는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의 투자자 승인도 받았다.

특히 베트남은 대우건설의 DNA를 살려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이는 베트남에 ‘세계 경영’을 내세웠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남긴 유산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하노이에 위치한 대우스타레이크시티다. 김우중 전 회장이 1996년 확보한 부지가 서호의 서쪽이라는 뜻인 떠이호떠이(THT) 사업으로 이어졌다. 

THT 사업은 애초에 참여했던 다른 기업들이 전부 사업을 포기해 대우건설의 현지법인인 THT디벨롭먼트가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미래 베트남의 중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가 됐다.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중심에는 베트남 정부 13개 중앙부처의 청사 이전이 2035년까지 마무리되기로 확정됐다. 도시 양옆으로는 핵심 운송 및 물류 지역으로 이어지는 순환도로가 조성되고 있다. 이미 이전을 마무리한 주베트남대한민국대사관 외에도 다양한 나라의 외교청사가 입주하기로 예정된 외교단지도 바로 옆에 있다.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를 성공적으로 조성한 대우건설의 경험은 이후에 진행될 끼엔장 신도시 사업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사업은 베트남 타이빈성 성도 타이빈시 일대 96만3천㎡ 규모 부지에 주거, 상업, 아파트, 사회주택을 짓는 것을 뼈대로 한다.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약 3억9천 만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정됐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현지 기업인 그린아이파크, 국내 기업 제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했으며 올해 8월14일 투자자 승인을 받았다.

아울러 대우건설의 타이빈 신도시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민관 협력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정 회장의 해외 진출 행보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김재경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역균형본부장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도 그랜드인터콘티넨탈파르나스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4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에서 “도시개발협력프로그램을 민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며 “대우건설이 베트남에서 추진하고 있는 ‘타이빈 신도시 프로젝트’를 UGGP 사업화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라면서도 “초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및 기관 차원에서 지원이 들어오면 사업 진행은 수월해질 수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과거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사업 진행 초반에도 산업은행이 나서준 덕분에 사업 초기 사업에 필요한 자금 관련 처리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었다”라며 “이번에도 정부 지원 아래 KIND 등이 나서준다면 베트남 타이빈 신도시 사업 진행도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주 회장은 베트남에서 사업 확대를 위해 2022년 6월부터 수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살펴보고 베트남 주요 관계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2022년 12월6일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올해 7월3일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현지 사업 확대를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7월 진행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베트남 방문에도 동반한 정 회장은 7월16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공동취재단 인터뷰에서도 베트남 시장을 향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베트남과 같이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는 국가들은 지가가 꾸준히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오른다고 사업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베트남은 꾸준히 5~7% 경제 성장을 해주니 그에 따라 지가도 오르고 사업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외에도 정 회장은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북미 개발사업 등에서도 성공을 거머쥐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입찰이 예상되는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사업은 대우건설의 아쉬운 상반기 성적을 만회할 기회로 주목을 받는다. 아직 구체적 금액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업규모가 모두 합쳐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비료공장 수주를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의사회의장을 예방했고 올해 6월에도 현지에서 주요 발주처 수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또 정 회장은 2023년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캐나다 토론토, 미국 뉴욕 등을 방문해 북미 부동산 개발시장을 살펴봤다. 7월 베트남 현지 인터뷰를 통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아파트 사업을 위한 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정원주 회장은 대우건설의 해외 부동산 개발시장 진출을 목표로 2022년 3월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완료된 이래 거의 매달 해외 정상, 주요 발주처, 기업 관계자 등 외국의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대우건설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은 시공능력평가 3위를 유지하며 건설업계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정 회장의 광폭 행보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2022년부터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을 맡아온 데다가 2024년 8월13일 복권되면서 행보에 제약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앞으로 홀가분하게 대우건설의 경영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2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 본사에서 열린 해외프로젝트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에도 직접 참석하며 해외 진출을 위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