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사장이 LG전자 시네마3D TV를 풀HD급 화질이라고 주장하는데 밑에 엔지니어가 정말 멍청한 ‘XX’들밖에 없는 것 같다.”
“LG전자 TV가 4K(초고해상도) 국제인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건 돈 주고도 살 수 있다.”
김현석 소비자가전(CE)사업부문장 사장은 경쟁사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잘 한다.
자신감일까 오만일까? 싸움을 거부하지 않는 성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이 소비자가전부문의 새 수장에 오른 만큼 삼성전자의 TV사업이 한층 공격적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20년 가까이 TV개발에 매진하면서 삼성전자 TV를 1위에 올린 주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TV개발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자부심도 강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프리미엄 TV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내리 전 세계 TV 시장에서 선두를 지켰는데 이젠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올해 초 LCDTV 라인업을 재편해 내놓은 QLEDTV가 LG전자와 소니 등 올레드TV 진영의 득세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500달러 이상의 글로벌 TV시장에서 2분기까지 점유율이 26.6%로 소니와 LG전자에 이은 3위에 그쳤다.
반면 LG전자는 TV사업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3분기에는 주력인 생활가전의 영업이익을 TV사업이 뛰어넘었을 정도다. 10월에는 LG 올레드 TV가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 등 12개국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이 실시한 성능평가에서 1위를 ‘싹쓸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는 항상 기술력도 판매도 1등이라는 자부심을 보여왔다.
김 사장이 올레드TV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진짜 퀀텀닷’인 자발광 QLED TV의 상용화를 앞당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QLEDTV는 진정한 의미의 QLED가 아닌데도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이름을 붙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계에서 쓰이는 QLED는 퀀텀닷 물질을 스스로 발광하게 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하는데 삼성전자의 QLEDTV는 LCD패널에 퀀텀닷 소재를 덧입힌 것으로 사실상 LCDTV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TV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찾으려면 올레드보다 화질과 가격에서 우위에 있는 자발광 QLEDTV 정도는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발광 QLEDTV 관련 기술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으나 수익성 문제 등으로 양산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실 부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신제품TV를 공개하면서 자발광 QLEDTV와 관련해 제품 출시시기는 말하기 어렵지만 개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시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승부욕이 강해 삼성전자TV의 위태로운 위치를 관망할 인물이 아니다”며 “자발광 QLEDTV가 아니더라도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기대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TV시장 점유율 1위를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워 왔다. 그만큼 프리미엄TV 시장에서도 1위를 되찾는 게 중요하다.
김 사장은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