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왼쪽)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많이 닮았다.
미술을 전공한 뛰어난 패션감각 외에도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트렌드의 빠른 파악 등등 닮은 점이 많아 정 총괄사장은 ‘리틀 이명희’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면세점사업을 키우며 이런 애칭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2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신세계면세점의 상승세가 매섭다. 명품 브랜드 유치로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3분기 매출 3820억 원을 냈다. 2분기보다 36% 가량 늘었다.
특히 명동점의 매출성장이 두드러졌다. 명동점의 9월 매출은 1436억 원으로 올해 1월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루이비통, 디올, 까르띠에 등 해외 고가명품을 잇달아 유치하면서 매출 규모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 문 여는 강남점도 명품브랜드 유치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괄사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는 전략으로 면세점 키우기에 힘쓰고 있다.
이 전략은 어머니 이명희 회장과 판박이다. 이 회장은 1997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나올 당시 신세계백화점 점포 2곳과 조선호텔만 들고 나와 신세계를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으로 키워냈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가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나올 때 쯤 조선호텔에 합류해 이 회장에게 경영수업을 받았다. 특히 모녀 모두 미술을 전공한 감각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상품 배치 등 ‘디자인 경영’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 회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각각 어떤 고객들이 찾아오는지 주목해 신세계백화점에는 고급 인테리어 자재를 쓰며 해외 명품 유치에 힘썼고 이마트에는 가족들이 장을 보러와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 확보에 집중했다.
정 총괄사장도 면세점사업에서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면세점에서 고객들이 많이 찾는 해외명품 유치에 힘썼고 특히 국내 면세점의 경우 한류를 타고 화장품 수요가 높다는 점에 집중해 직접 화장품제조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올해 2월 신세계인터코스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색조화장품을 생산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브랜드 전략에서도 정 총괄사장은 이 회장을 닮았다.
이 회장은 신세계백화점 명동본점이 위치한 서울 중구 회현동이 상권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도 본점을 끝까지 붙잡았는데 “회현 하면 신세계백화점”이라는 브랜드이미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르면 연말에 인천공항면세점을 연다. 공항면세점의 경우 주 수입원이 주류나 담배 등인데 신세계가 받은 곳은 패션잡화로 매출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은 몇 번의 유찰 끝에 우선협상자로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를 많이 내리긴 했지만 정 총괄사장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인천공항면세점에 진출해 얻게 될 브랜드 이미지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 중요한 곳”이라며 “사업 자체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진출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내 면세점사업에서 인천공항면세점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은 공식석상에 나설 때 이 회장을 존경하는 마음에 헤어스타일까지 따라한다고 한다. 작은 사업을 물려받아 크게 키운 어머니처럼 후발주자로 시작한 면세점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분위기가 좋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점유율 7.8%를 차지하는데 그쳤지만 올해 1~7월에는 점유율이 12.2%로 높아졌다. 2위인 신라면세점과 격차를 8%포인트로 줄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