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기존 투자계획을 일부 변경해 대형 올레드패널에 역량을 더 집중하며 생산확대를 적극 앞당길 수도 있다.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LG디스플레이의 시장진입이 불안해지는 반면 올레드TV의 빠른 수요증가로 대형 올레드패널의 사업전망은 갈수록 밝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BOE는 최근 6세대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본격적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건설 중인 추가 생산공장도 2019년부터 가동한다.
BOE는 이미 중국 화웨이와 오포, 비보와 샤오미 등 10곳 이상의 주요 스마트폰업체와 올레드패널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에 글로벌 상위 올레드업체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중소형 올레드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7% 가까운 점유율로 독점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스마트폰업체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여러 패널업체들이 사업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상범 부회장도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에 10조 원의 시설투자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은 2위업체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물량공세에 나서는 BOE가 예상보다 빨리 중소형 올레드패널 대량양산과 고객사 확보에 성공할 경우 사업진출에 걸림돌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급성장하는 중소형 올레드시장에 국내외 업체들이 모두 투자를 본격화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기술발전 등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고 바라봤다.
LG디스플레이는 계열사인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위기를 맞은 만큼 중소형 올레드 사업확대를 위해 애플과 중국업체 등 주요 외부고객사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들은 중국 부품업체를 선호하는데다 애플도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내세우고 있어 단기간에 LG디스플레이가 공급업체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한 부회장이 이런 상황에 대응해 중소형 올레드에서 실제 사업가능성을 확인할 때까지 투자속도를 조절하며 대형 올레드패널에 역량을 더 집중하는 전략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올레드 중심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지만 어려운 시장환경이 지속될 수 있어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반면 대형 올레드패널의 사업전망은 갈수록 밝아지고 있어 LG디스플레이의 생산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사 기반도 굳건히 자리잡아 안정적인 사업이 예상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시장에서 올레드TV 출하량이 예상치를 넘어 빠르게 늘고 있다”며 “LG전자 외에 소니와 파나소닉, 중국 스카이워스 등의 판매도 호조를 보인다”고 파악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TV용 대형 올레드패널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전 세계 제조사들의 올레드TV 판매증가는 곧 실적성장과 직결된다.
한 부회장은 대형과 중소형 올레드에 각각 10조 원 정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자금여력과 최근 이어지는 실적부진을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와 대형 올레드패널. |
중소형 올레드에서 무리하게 후발주자로 뒤를 쫓기보다 경쟁력과 사업성을 충분히 검증받은 대형올레드에 투자여력을 집중하며 실익을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운호 IBK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는 예상보다 사업진행속도가 느려 우려를 낳고 있다”며 “성공가능성을 검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대형 올레드는 내년 처음 분기 흑자를 낸 뒤 실적에 기여하는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대형 올레드공장 투자계획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사과정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국내를 중심으로 대형올레드 증설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산업부가 최종 투자승인을 내릴지 여부와 시기가 모두 불투명해 투자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 올레드 투자계획을 최종승인받으려면 앞으로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 등 승인을 거쳐야 할 과정이 많아 지금으로서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