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주요 경쟁작으로 꼽혔던 스마트폰들이 모두 흥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연말 성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부품 수직계열화와 하드웨어 기술력 등의 장점을 극대화해 반사이익을 보면서 갤럭시노트8를 앞세워 스마트폰사업에서 실적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
◆ 갤럭시노트8 경쟁작 모두 흥행 불안
닛케이아시안리뷰는 25일 “애플 아이폰X의 올해 출하량이 기존 계획의 절반 정도인 2천만 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품수급과 양산에 계속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대규모 디자인 변화를 적용한 아이폰X의 대기수요가 최대 8천 만 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그동안 업계에서 나왔는데 대부분의 소비자 수요가 충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CEO도 전자전문매체 버즈피드와 인터뷰에서 “아이폰X의 물량준비는 판매시기가 돼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X의 양산차질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관측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9월 출시된 아이폰8 시리즈의 첫달 판매량 역시 아이폰7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흥행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최신 운영체제와 고성능부품 등을 적용해 내놓으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시장에서 강력한 위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픽셀2’ 시리즈도 10월 초 출시된 뒤 흥행에 걸림돌을 맞고 있다.
주력모델인 픽셀2XL에 탑재된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에서 색감이 흐리거나 화면에 결함이 발생한다는 품질논란이 초반부터 거세게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BGR은 “픽셀2XL의 디스플레이 품질논란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흥행에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BGR은 삼성전자의 올레드패널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데다 픽셀2XL의 화면 품질논란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디스플레이 품질논란이 거세질수록 LG전자 신제품 ‘V30’의 흥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V30이 LG디스플레이의 고화질 올레드패널을 최초로 탑재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V30은 이미 한국에서 출시 초반부터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노트8은 출시 뒤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 연말 성수기에 독주할까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연말 휴일시즌은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이 때 판매량이 급증하는 만큼 제조사들의 마케팅도 가장 집중된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 등 경쟁업체들이 연말까지 아이폰X 양산차질과 픽셀2XL의 디스플레이 품질논란 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8로 대체수요를 흡수하며 판매량을 대폭 끌어올리고 경쟁 완화로 마케팅비 투입도 대폭 줄어 스마트폰사업 실적개선에 큰 효과를 볼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이통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스마트폰 주력상품에 보조금 등 대규모 마케팅비를 들인다. 연말 성수기에는 주로 인기가 높은 아이폰 신제품에 이런 마케팅이 집중됐다.
▲ (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애플 아이폰X, 구글 픽셀2XL. |
하지만 이통사들이 아이폰X의 물량확보에 차질을 겪고 다른 제품도 인기를 끌지 못할 경우 가입자 확보를 위해 갤럭시노트8에 마케팅을 가장 집중하며 판매확대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판매촉진을 위해 자체 보조금을 투입하거나 사은품을 제공할 이유가 적어지는 셈이다.
하반기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8의 흥행에 갈수록 유리한 입장에 놓이고 있는 것은 단순히 경쟁업체들이 신제품 판매에 고전할 가능성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이 제품경쟁력에서 충분히 소비자들에 호평을 받고 있는 데다 하드웨어 기술력과 주요부품의 수직계열화 등으로 리스크를 최대한 방어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올레드패널 등의 공급부족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자체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계열사를 통해 주요부품의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아이폰X와 픽셀2XL, V30 등이 모두 이런 부품과 관련해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스마트폰 생산구조를 갖춰낸 데 따른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를 겪은 뒤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부진이 겹쳐 스마트폰 실적개선에 고전하고 있다. 갤럭시노트8의 흥행성과가 강력한 반등계기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