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글로벌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배터리 수주를 늘리고 있다. 테슬라 등 주요기업과 협력효과가 강력한 사업추진동력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중대형배터리의 실적개선에 고민을 안고 있는데 에너지저장장치의 급성장에 힘입어 실적개선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삼성SDI 실적에서 에너지저장장치용 중대형배터리 공급확대가 기여하는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빠른 속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며 “중국에서 전기차배터리사업에 받은 타격을 대부분 상쇄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IT기기 수요둔화로 소형배터리사업 전망이 불안해지자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 사용되는 중대형배터리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연구개발 및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전기차배터리에서 삼성SDI가 큰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아직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의 보급률이 낮은데다 충전인프라 구축 등 선행적 시장환경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배터리 공급사 다변화를 꺼리는 데다 자체적으로 수소차나 차세대배터리 등 대체기술의 연구개발에 나서는 점도 전기차배터리 수요증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성SDI는 중국정부가 현지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기차배터리 무역장벽을 높이며 최근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른 시일에 중국 시장 재진출을 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반면 에너지저장장치의 경우 중대형배터리 외에 대체재가 없는데다 고객사를 비교적 쉽게 확대할 수 있고 성장전망도 충분히 밝아 삼성SDI의 배터리사업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연구개발에 일찍부터 집중한 성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여러 건의 수주성과도 내며 사업전망에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 등 글로벌 주요국가들이 강도높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시장 성장에 수주를 늘리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호주에서 테슬라가 수주한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가 삼성SDI의 본격적인 중대형배터리 공급확대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전기차에 이어 에너지저장장치를 주요사업으로 점찍고 있는데 최근 호주정부에서 수주한 구축사업에 배터리 수급부족을 겪자 삼성SDI의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테슬라는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전 세계로 넓혀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삼성SDI의 배터리에 갈수록 더 의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기존 배터리 협력사인 파나소닉에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모두 의존해왔는데 외부업체의 배터리를 공급받은 것은 삼성SDI가 최초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 수주계획은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공급부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구체적인 고객사와 관련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사업에서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계속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다 에너지저장장치의 수요도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SDI가 이른 시일 안에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삼성SDI는 전 세계 태양광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중국 선그로우와 2014년부터 합자회사도 설립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선그로우 역시 최근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에너지저장장치용 중대형배터리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40~5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