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7-10-19 15: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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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언제까지 스마트폰사업으로 지금 같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털어놓은 고민이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고 사장이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콘퍼런스 2017’에서 인공지능 빅스비 2.0을 공개하면서 이런 고민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빅스비로 모든 제품을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도록 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넘어서 모든 기기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방적인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빅스비의 출발이 불안했던 만큼 이번 버전의 성공도 녹록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빅스비는 8개 언어를 지원하겠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아직 지원언어가 한국어와 영어 2개 뿐이다. 공개 이후 6개월 동안 오작동과 비효율적인 코딩 등을 놓고도 잡음이 많아 문제 해결에 3천 명 이상의 개발자가 투입됐을 정도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성능격차가 좁혀지면서 소프트웨어 진화가 중요해졌다는 위기의식을 끊임없이 보여왔다. 고 사장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생태계 구축에 역점을 두고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 사장이 2년 전 무선사업부를 이끌게 된 것 역시 이런 시장의 흐름과 맥이 같다. 전임인 신종균 사장이 하드웨어 전문가였다면 고 사장은 소프트웨어에 일가견이 있다.
미국 포브스는 당시 “삼성전자가 새 무선사업부장을 선임한 것은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던 소프트웨어분야의 발전을 위한 변화”라며 “앞으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고 사장은 삼성페이를 통해 기대에 부응했다.
삼성페이가 탑재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 플러스는 출시된지 한 달 만에 50만 대가 넘게 팔렸다. 고 사장은 지난해 “삼성페이를 쓰고 싶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한다는 고객이 상당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진화는 계속 이어졌다. 갤럭시노트7 역시 폭발사고라는 대형악재로 단종의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홍채인식기능을 놓고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라고 평가받았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수요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진 탓에 스마트폰시장 자체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 사장은 인공지능 ‘빅스비’에 기초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보다는 새 사업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데 더 시간을 쓰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아마존 ‘알렉사’, 구글의 ‘구글어시스턴트’, 애플 ‘시리’처럼 빅스비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빅스비는 사물인터넷에서 모든 제품을 연결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상용화 이후 사물인터넷 중심으로 새롭게 짜일 정보기술(IT) 세계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삼성전자가 하루빨리 ‘하드웨어 제조사’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으면 무선사업부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