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 |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삼성전자를 대표할 전문경영인은 누가 될까?
권오현 부회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인적쇄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확보 등 미래 주요과제를 책임질 주요 경영진의 면면과 이들 가운데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돼 역할을 확대할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17일 “삼성전자는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장 앞날에 놓인 걸림돌을 무시할 수 없다”며 “새로운 리더십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포천은 권 부회장이 갑작스런 사퇴를 발표하며 최고 전성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에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주문한 것이 매우 이례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DS부문장 등을 맡을 후임자를 찾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에 가장 걸맞은 인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연말인사를 실시하며 이건희 회장 시대의 경영진보다 이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시기에 중용된 이들이 주요경영진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나온다.
권 부회장이 사퇴를 발표하며 완전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각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권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기술전문가 출신 부문장들이 각자대표이사를 겸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사업운영보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사업전략에 큰 변화를 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차기 대표이사에 오르거나 역할을 확대하며 삼성전자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만한 전문경영인으로 그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려 성장에 기여했던 여러 인물이 거명되고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삼성전자로 이동해 대표이사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최 사장은 부회장 승진자로도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이다.
최 사장은 GE 등 글로벌기업을 거쳐 2007년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삼성전자의 프린팅사업부와 삼성SDI, 삼성카드와 삼성물산 등 그동안 거친 여러 계열사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성공한 점도 공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내 지배력 강화에 중요하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재판과 맞물려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데다 최 사장이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주요사업에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전자사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대표이사 후보로는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이 유력하게 꼽힌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해결사’로 불릴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과거 삼성전자의 3D낸드 기술 최초 개발에 기여했고 삼성SDS와 삼성메디슨의 실적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삼성SDS가 상장에 성공한 점이 가장 눈에 띄는 경영성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의 기업가치가 급증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하고 메모리반도체사업부장까지 거친 기술전문가인 만큼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잡은 반도체사업에서 효과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할 수도 있다.
더 공격적인 인적쇄신을 추진하기 위해 위해 미국의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를 총괄하고 있는 손영권 사장이 본사로 들어와 역할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올해 인수된 하만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며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성장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최대 경영성과로 꼽히는 하만 인수합병에서 손 사장이 원활한 협상을 주도해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길에 가장 자주 만나는 경영인으로도 꼽힌다.
손 사장이 HP와 인텔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근무하다 쌓다 2012년 영입된 만큼 삼성전자가 꾸준히 목표로 하는 글로벌화와 순혈주의 탈피를 위해서도 가장 적임자로 꼽힌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법인에서만 계속 근무했고 삼성전자에서 경험도 아직 짧은 만큼 더 넓은 범위의 역할을 책임지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세대교체를 사퇴의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한 만큼 삼성전자의 인적쇄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또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여부도 불투명한 만큼 삼성전자를 당분간 책임질 차기 경영진을 꾸리는 것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권 부회장의 사퇴는 곧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젊은 경영진들이 자리잡게 되면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의 차기 대표이사 유력후보로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과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을 꼽았다. 지금과 비슷한 경영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