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사퇴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권 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게이트에 휘말린 탓에 사퇴설이 계속 나와 포스코는 그때마다 일축하기에 바쁘다.
포스코가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서 실적을 회복하고 있고 권 회장은 새 성장동력 확보에 전념하고 있는데 이런 성과들이 사퇴설을 잠재우는 데 힘이 될지 주목된다.
17일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하면 포스코가 하반기 주력인 탄소강 판매증가와 굴로벌 철강수요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유건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는 하반기 제철소 설비보수를 끝낸 효과로 탄소강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 철강업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철강수요 확대의 수혜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올해 2월 포항제철소 3고로의 용량을 늘리는 설비보수 작업에 들어가 6월 완료했다. 연간 생산량이 140만 톤 늘어나면서 주력제품인 탄소강 생산량도 증가했다.
중국 철강업 구조조정으로 중국산 철강제품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철강가격 상승과 철강수요 증가의 덕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철강부문 성장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조 원, 2조3천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6%, 75.1% 급증했다.
권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품질개발을 강조하면서 기가스틸(초고강도강판)을 비롯한 고수익 월드프리미엄 철강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점도 포스코 실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기가스틸 판매가 31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5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관계자는 “향후 월드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 4월 기가스틸을 이용해 자동차 강판을 도금하는 전용공장도 광양제철소에 짓기 시작했다.
권 회장은 비철강부문 계열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2014년 목표했던 구조조정 총 149건 가운데 133건을 마무리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69.6%까지 낮췄다. 2010년 이후 가장 좋다.
권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신사업인 에너지소재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자회사인 포스코켐텍은 올해 450억 원을 들여 음극재 공장 증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가운데)이 4월26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차강판 전용 기가스틸 공장 중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자동차용 배터리 수요증가로 양극재, 음극재를 각각 생산하는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도 덩달아 성장하면서 포스코의 연결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성과들이 권 회장의 사퇴설을 잠재우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권 회장 사퇴설은 잊을 만 하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있다.
권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포스코 회장에 올라 청와대의 무리한 요구를 물리치지 못해 박근혜 게이트에 휘말렸다는 말을 듣는 탓이다.
철강산업 특성상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이전 정부의 청산작업을 펼치면서 권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말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정권교체 뒤 퇴진했던 전례도 한몫을 한다.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연임 임기를 채운 이는 한 명도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권 회장 사퇴설이 계속 나오는 데는 문재인 정부 들어 포스코 회장을 노리는 후보들이 물밑작업을 펼치는 탓도 있다”며 “권 회장의 의지와 포스코의 성장 만이 사퇴설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하청회사 임금을 높이기 위해 외주비도 1천억 원 인상하기로 했다. 8월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강태영 전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을 다시 사장급 임원으로 앉히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