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 수장들이 신한금융의 덩치를 불리기 위한 인수합병 범위를 해외 금융회사뿐 아니라 국내 금융회사로도 넓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12일 미국 뉴욕 맨하튼에서 해외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나와있는 중소형 증권사 매물에는 관심이 없지만 일부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면 관심있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
조용병 회장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새 시장과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생길 때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 등은 올해 초 인수합병 대상을 해외 금융회사에 두고 국내 인수합병시장에는 관심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최근 입장이 바뀐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전후로 대기업들이 잇달아 지배구조를 개편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형 금융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SK증권이 새 주인을 찾았고 현대중공업그룹의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10월 지주사로 전환한 롯데그룹도 2년 안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처분해야 하는 만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그룹의 삼성증권과 현대차그룹의 현대카드 등도 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맞물려 매각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KB금융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순이익규모에서 신한금융을 제친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조 회장 등의 인수합병 전략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를 인수한 뒤 굵직한 인수합병이 없었는데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린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줄 처지에 몰렸다.
신한금융은 분기 기준으로 2분기에 KB금융에게 선두자리를 내줬다. 2009년 1분기 이후 8년여 만인데 3분기에도 KB금융이 신한금융에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3분기 순이익은 KB금융 8390억 원, 신한금융 7801억 원으로 집계돼 KB금융이 두 분기 연속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내실을 다지는 ‘관리의 신한’을 강조하면서 외형성장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주요 수장들이 앞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보여 그룹의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조 회장 등이 신한금융의 성장동력으로 해외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덩치가 있고 해외 네트워크를 어느정도 갖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매물을 살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에 아직 대형 금융회사가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은 데다 보험업의 경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영향을 살펴야 하는 만큼 신한금융이 국내 인수합병시장에서 본격적임 움직임을 보일 시기는 내년 중반 이후로 점쳐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업계에서 3~4위권 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 매물을 살펴볼 것”이라며 “다만 당장 매력적인 매물은 없는 만큼 올해 안에 국내에서 인수합병과 관련된 결정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