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분리하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지주사 사장을 그대로 유지할까?
국민은행장 내정자가 결정된 만큼 지주사 사장을 폐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반면 비은행계열사 업무를 조율하기 위해 자리를 남겨둘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옥찬 KB금융 사장이 11월20일 임기를 마치는데 후임 사장이 선임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KB금융이 지주사 사장을 유지할 경우 지배구조 내부규정에 따라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를 이사회에서 선임하게 되는데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KB금융 관계자는 “지주사 사장 자리의 유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상시지배구조위원회가 회장과 비상임이사에 지주 사외이사 3명을 더해 구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사 사장의 유지 여부에는 윤 회장의 뜻이 깊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최근 KB국민은행장을 분리하고 허인 내정자도 선정하면서 지주사 사장을 폐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윤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직하면서 은행과 큰 틀의 그룹업무를 챙겼고 김 사장이 국내 회사의 인수 등 계열사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2015년 10월에 지주사 사장을 부활하고 김 사장을 내정했을 때도 “이번 선임을 통해 비은행계열사 강화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국민은행장이 분리돼 은행업무를 전담하게 되면서 윤 회장이 앞으로 그룹 전체를 챙길 수 있는 만큼 지주사 사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도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이 경영권을 사실상 독점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지주사 사장을 일시적으로 되살렸다는 의견도 국민은행장 선임을 계기로 지주사 사장을 폐지할 수 있다는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김옥찬 사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사내이사로 선임된 적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됐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도 사장을 두지 않고 있다.
KB금융의 역대 사장들이 ‘관피아’ 출신으로 채워졌던 점도 향후 외풍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김중회 전 사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 임영록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이다.
그러나 윤 회장이 한동안 지주사 사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지주사 사장을 되살린 지 2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바로 폐지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지주사 사장을 존속하면서 지난 임기에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등의 인수합병으로 크게 확대한 비은행업무를 분담할 수도 있다.
KB금융은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자산의 24.8%가량을 비은행부문에서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신한금융(24.1%)을 소폭 웃돌고 하나금융(11.8%)보다 훨씬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KB금융의 비은행사업 포트폴리오를 급격하게 키우면서 조율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고 해외사업 확대도 천명한 만큼 여전히 챙겨야 할 업무가 많다”며 “지주사 사장을 한동안 남겨두고 비은행업무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지주사 사장을 유지할 경우 1961년생인 허인 국민은행장 후보에 맞춰 1960년대에 태어난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1960년), 허정수 국민은행 부행장(1960년), 이동철 KB금융 전략총괄 부사장(1961년) 등이 지주사 사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