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7-10-15 10: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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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인공지능 기술을 여러 사업분야에 확대해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9월7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출시한 내비게이션 ‘T맵x누구’의 다운로드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출시 18일이 지난 9월25일 기준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은 자체 모바일 내비게이션에 인공지능 ‘누구’를 적용해 운전자가 주행 중에 화면 터치없이 음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변경하고 음악을 재생하거나 날씨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정호 사장은 커머스 플랫폼인 11번가에도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적용하고 대화형 챗봇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워뒀다.
11번가는 올해 3월 인공지능 챗봇서비스 적용했고 현재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활용해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하고 있다. 11번가를 통해 SK텔레콤이 개발한 인공지능을 시험하면서 동시에 기술을 활용한 유통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주력인 이동통신사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압박으로 실적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선택약정요금 할인율이 25%로 상향조정된 데 이어 보편요금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들은 앞다퉈 인공지능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인공지능 적용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넓히는 데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및 커머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자동차 내비게이션 1등 어플리케이션인 'T맵'을 보유하고 있으며 SK플래닛의 11번가도 국내 오픈마켓 점유율 30%가량을 차지한다.
박명순 SK텔레콤 인공지능사업본부장은 8월 이동형 인공지능기기 ‘누구(NUGU) 미니’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누구의 목표는 판매 수익이 아닌 AI 플랫폼”이라며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T도 올해 1월 인공지능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내놓고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함께 치열한 가입자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기가지니가 가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SK텔레콤은 자동차나 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나 KT와 비교해 인공지능사업에서 다소 뒤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은 SK텔레콤이나 KT와 달리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로봇 '페퍼'를 선보이는 등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인공지능 스피커 '알라딘'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인공지능사업에서 단기적인 수익성을 내기보다는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2019년까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에 3년 동안 11조 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을 세워뒀다. 특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스마트홈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올해 초 인공지능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새로운 ICT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SK텔레콤 혼자만의 힘이 아닌 개방과 협력을 통해 진정한 뉴 ICT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자회사를 통한 성장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박정호 사장은 인공지능, 전자상거래 등 신사업을 통해 SK텔레콤의 통신사업 비중을 낮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보통신기술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