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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현대차 디자인경영, 난관 봉착했나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11-03 20: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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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의 현대차 디자인경영, 난관 봉착했나  
▲ 정몽구(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후계자로서 진면목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에 대한 관심은 삼성그룹 못지 않다.

로이터는 정몽구 회장의 존재감과 정 회장의 가신그룹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디자인경영’이 현대차 안에서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차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준비된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수장이 되려면 능력을 더 입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고급화 전략을 앞장서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현대차 고급화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정 부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몽구 회장은 불도저 방식의 리더십으로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5위 자동차그룹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정의선 부회장은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의 이런 리더십이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정 부회장이 선대 회장과 달리 주주와 노사관계를 개선해 나갈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정의선의 디자인경영, 현대차에서 난관 봉착

로이터는 3일 '불도저(정몽구) 이후 승계과정을 밟고있는 현대차의 상속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승계와 과제를 집중적으로 진단했다.  


로이터는 현대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동안 정몽구 회장의 그림자 아래에서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현대차그룹 수장으로서 야망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삼성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 탈바꿈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와 함께 현대차는 중국산 저가 차량과 차별화를 위해 고가모델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PG에셋매니지먼트의 박유경 아시아기업 지배구조 담당이사는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대표를 지내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경영수업을 더 받긴 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투자자들이 현대차그룹 3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초조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언론사와 인터뷰를 피해왔으며 이번 로이터 보도와 관련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정의선의 현대차 디자인경영, 난관 봉착했나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로이터는 정 부회장이 신형 제네시스에 팝업식 네비게이션과 변속기를 장착할 것을 제안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정 부회장의 ‘디자인경영’이 현대차 안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신형 제네시스 디자인과 관련한 회의에서 고급 유럽 브랜드들이 채택하고 있는 이 기능들을 신형 제네시스에도 적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양웅철 연구개발본부 담당 부회장이 기술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더 이상 뜻을 피력하지 않았고 지난해 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에서 이 기능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 정몽구의 불도저 리더십, 정의선의 리더십은?

로이터는 이 일화가 디자인경영을 강조한 정 부회장이 독재적 경영을 펼쳤던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현대차그룹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정몽구 회장은 이것저것 지시하는 타입이었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다르다”며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디자인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싶어하지만 많은 난관이 그의 앞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성격차이를 강조했다. 이 전 부회장은 2011년 현대차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자문을 맡고 있다.

이 전 부회장에 따르면 정 회장은 NF소나타가 출시됐을 때 엔진에서 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 때문에 초기 생산분 500대 가량을 할인된 가격으로 임원진들에 판매했다.

엔진소음은 시동을 건 뒤 단 20초 동안만 지속됐고 모기소리보다 작았는데도 정 회장이 이런 조치를 취한 건 품질에 대한 집착 때문인 것으로 로이터는 해석했다.

이 전 부회장은 “정 회장이 그냥 하라고 시키면 집행부가 그의 뜻에 따랐다”며 “그는 불도저 같았다”고 말했다.

반면 “정 부회장은 돌발적이고 저돌적인 정 회장과 반대”라며 “정 부회장은 좋은 사람이면서도 매우 이성적이고 꼼꼼하고 차분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스포츠광으로 잘 알려졌는데 정 부회장의 오래된 지인은 정 부회장의 성격이 농구장 위에서도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부회장은 다른 사람과 달리 볼호그(공에 대한 소유욕 또는 탐욕) 성향이 없다”며 “그가 공을 잡으면 다른 사람에게 패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인 김기찬 카톨릭대학교 대학원장도 “몇 년 전 정부회장은 기아차 임원들과 회식자리에서 돌아다니며 술을 따라줬다”며 “CEO들은 상석에 앉아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한국 음주문화에서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의 현대차 디자인경영, 난관 봉착했나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11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New thinking, New possibility(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을 소개하고 있다.


◆ 정의선이 꿈꾸는 현대차의 미래는 현실이 될까

정 부회장은 2011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을 직접 소개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고급차 브랜드인 포르쉐나 랜드로버를 염두에 뒀고 “현대차도 그와 비슷한 차량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정 부회장의 한 지인은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라면 좀 더 현실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그의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밝혔다.

데이브 설리반 오토퍼시픽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 전략은 나쁠 것이 없지만 모든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고 수준의 사후보장을 제공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던 현대차의 DNA가 옅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은 정 회장과 마찬가지로 연례 주주총회, 분기실적 발표회, 노사 임금협상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주주 및 노조와 관계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수장을 맡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주주정책과 노사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정 부회장은 술자리에서 노사관계 분야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며 “정 부회장 시대에 더욱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도 “정 부회장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무엇보다 정몽구 회장이나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과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05년 취임 첫 해 기아차를 흑자전환했고 영업이익을 2005년 5025억 원에서 2009년 1조144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정 부회장은 2006년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에서 총괄 디자이너를 지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경영을 펼치며 기아차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은 2012년 “정 부회장은 열린 마음에 현대적 사고방식을 가졌다”며 “자동차 브랜드에서 창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매일 아침 6시30분에 출근하며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한다. 반면 주말에 아내와 세 명의 자녀들과 스키를 타는 등 시간을 함께 보낸다. 종종 직장동료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 선대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 경영권 승계 얘기가 나오면 “아버지가 건재한데 왜 그런 말이 나오냐”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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