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10-11 15: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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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대구은행 노조와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DGB금융그룹의 내부갈등도 깊어지고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노조는 박 회장 및 관련 임원들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박 회장의 기소가 결정되는 즉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박 회장 등의 퇴진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이 기소되지 않을 경우 노조 집행부가 이와 관련해 책임지고 일괄사퇴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박 회장 등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하고 박 회장 등 관련 임원 6명의 출국금지를 11월 초까지 연장했다.
박 회장은 8월21일 을지연습 상황보고회에서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며 각종 의혹이 있다면 경찰조사도 성실히 받겠다”고 밝힌 뒤 두 달 가까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두고 대구은행 내부갈등설, 문재인 정부의 TK(대구·경북) 인사 흔들기, 박 회장의 도덕성 문제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법적판단을 받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DGB금융의 내부갈등은 깊어지고 지역사회에서 DGB금융지주를 향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구은행 노조가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DGB금융 일부 간부들은 경찰에 비자금 의혹을 알린 내부고발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만큼 DGB금융 내부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시민단체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대구참여연대를 포함해 대구·경북지역 시민단체 29곳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성폭력 사건에 이어 비자금을 조성한 대구은행에 시민의 혈세를 보관하는 곳간을 맡길 수 없다”며 “대구시를 비롯해 대구은행을 시금고로 지정한 지자체장들은 파렴치한 대구은행과 시금고 계약을 즉각 해지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박 회장이 오래동안 추진해왔던 증권사 인수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실사를 마치고 올해 안에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회장을 상대로 경찰조사가 진행되면서 잠정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증권사를 인수해 2020년까지 종합금융그룹으로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차질이 불가피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의혹과 관련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으면서 DGB금융의 앞날까지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