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8과 아이폰X에서 처음 선보인 증강현실기능을 놓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콘텐츠사업 판도를 바꿔낼 혁신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뚜렷한 활용성을 찾기 어려워 사용자들에게 외면받는 기술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새로 선보인 증강현실기술의 발전가능성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CNBC는 “애플은 그동안 실험적 수준이었던 증강현실기술이 주류문화로 완전히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가상현실기술과는 차별화된 수준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가상현실시장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주류문화로 자리잡지 못했고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턱없이 적다.
기술적 특성상 머리에 큰 기기를 써야 하고 시야가 제한되는 등 약점을 안은데다 콘텐츠 용량도 크기 때문에 구동할 수 있는 기기가 고성능 스마트폰 등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과거 가상현실과 관련한 기술특허를 내는 등 사업가능성을 검토했지만 결국 진출을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증강현실은 별도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도 구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어 빠르게 이용자 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장열 골든브릿지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증강현실 플랫폼이 상용화되면서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등장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이후를 책임질 애플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애플 입장에서도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증강현실시장에 개척자로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사용자 반응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증강현실의 발전 가능성을 놓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포브스는 “증강현실은 가상현실처럼 초반에만 눈길을 끌고 비주류에 그치는 기술이 될 수 있다”며 “익숙하지 않은 사용경험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이 증강현실을 새 아이폰에 적용된 다른 기술보다 앞세워 소개하지 않은 이유도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증강현실시장에서도 그동안 다양한 콘텐츠플랫폼을 연달아 성공시킨 ‘애플의 마법’이 통할 수 있다면 콘텐츠사업 매출규모를 대폭 확대할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폰이 초반에 앱스토어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성공했던 것처럼 증강현실기술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에서 소비자 수요를 끌어모으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 애플 아이패드에서 실행되는 증강현실 콘텐츠. |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궁극적으로 증강현실 생태계를 주도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자율주행기술 등에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와 애플TV 등 전용 앱이 필요한 플랫폼을 모두 성공시킨 비결로는 외부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우선적으로 꼽힌다.
애플 기기의 전 세계 사용자기반을 고려하면 전용앱을 개발해 출시할 경우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증강현실 플랫폼에 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전망이 이어진다면 개발자들의 참여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애플이 더 적극적으로 콘텐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브스는 “증강현실이 차세대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사용경험 등 측면에서 발전한 기술인지는 의문”이라며 “활용성을 증명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등장이 필수적”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