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7-09-22 17: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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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물러나면서 매각될 처지에 놓인 동부대우전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 전 회장이 동부그룹의 마지막 남은 전자계열사인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던 만큼 이근영 새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 이근영 신임 동부그룹 회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 핵심 전자계열사인 동부대우전자가 매각될 위기에 처해있는 탓에 이 회장의 향후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동부화재 고문을 맡고 있다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21일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돼 갑작스럽게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를 사임하면서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금융관료 출신이다.
이런 전력에 비춰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키는 데 금융권 인맥을 동원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자금지원 요청 등을 알아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2008년 동부메탈과 동부생명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동부그룹과 첫 인연을 맺은 뒤 오랜 기간 경영현안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성추행 파문이 일기 직전까지도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온힘을 쏟아왔다. 그런 만큼 금융관료로 요직을 거친 이 회장에게 바통을 넘긴 것도 이 회장의 금융 네트워크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2013년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사태를 겪을 당시 53곳 계열사 가운데 24곳 계열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등 전자 계열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동부대우전자에서 실시한 2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사재 60억 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하지만 이 회장이 동부대우전자의 경영권을 지켜내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9월 말로 알려진 동부대우전자의 매각 예비입찰까지 시간이 촉박한데다 동부대우전자의 부채비율이 높아 산업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수혈을 받기 어렵고 전략적 투자자(SI)를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2013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당시 공동 인수자로 나선 재무적투자자(FI)들과 인수 3년 이후 순자산 1800억 원 유지 등을 포함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약정을 맺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대우전자 실적이 지난해 이 조건에 못 미치자 재무적투자자들은 대주주의 지분 전부나 일부를 자신의 지분과 함께 제3자에 팔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동부대우전자 지분구조를 보면 재무적투자자가 45.8%, 동부그룹 계열사 3곳과 김 전 회장이 54.2%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동부대우전자 매각을 막기 위해 재무적투자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를 찾을 수도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영향으로 중국 가전업체 오크마를 전략적투자자로 확보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며 “향후 또 다른 전략적투자자를 구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에 따르면 멕시코 가전업체 마베, 스웨덴 일렉트로눅스, 중국 하이얼 등 쟁쟁한 전 세계 가전업체들이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후보로 꼽히고 있다. 국내기업으로는 SK그룹, 삼라마이더스(SM)그룹, 현대종합상사 등이 거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