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7-09-20 15: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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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성진 김준섭 이재원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20일 “현대차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중심에 두고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정부의 요구를 반영하는 쪽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이 크며 경영권 승계는 부수적인 성과로 따라올 것”이라고 바라봤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기업들에 12월까지 자발적인 개혁의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모두 4개의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면서 오너일가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소수 지분만 확보하고도 그룹 전반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4개의 순환출자 가운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사슬구조가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렇게 되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 등을 현금화해 새로운 지주회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KB증권 연구원들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여러 계열사에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하는데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로 까다로워진 기관투자자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는 일도 어려운 데다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고 바라봤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지주회사로 내세우는 대신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오 순환출자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KB증권 연구원들은 “우선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를 상대로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등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것”이라며 “곧이어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경영권 승계도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체매출 가운데 70% 정도를 내부거래로 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오너일가가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상장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일 경우 처벌받는다.
정 부회장을 비롯해 오너일가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29.9%를 보유하면서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할 수 있어 현대글로비스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일이 시급하다.
KB증권 연구원들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 전에 반조립제품 판매사업을 매각하면서 계열사와 거래로 내는 매출을 줄이고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후 해운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차그룹과 관계가 있는 해운사들이 관여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