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신규수주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일까?
대우조선해양이 신규수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해양플랜트와 생산설비를 수주하자니 최근 건조가격이 너무 낮아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 정 사장의 고민이 큰 것으로 보인다.
19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미국기업과 맺었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LNG-FSRU) 건조의향서 효력만료 기한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는 바다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등 가스를 적재, 저장, 재기화할 수 있는 설비를 말한다.
정성립 사장은 올해 2월 해외출장길에 올라 처음으로 엑셀러레이트에너지와 건조의향서를 체결하면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사업 수주에 의지를 보였다.
현재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의 가격은 척당 2억3천만 달러 정도에 형성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월 엑셀러레이트에너지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 건조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본계약 체결이 계속 미뤄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발주처가 연장을 요청한다면 건조의향서 효력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발주처와 건조와 관련해 협의하고 있으며 건조의향서 효력이 만료돼 수주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7일에도 이란에서 추진하던 1조 규모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업무협약 효력이 마감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이란 국영석유회사로부터 최소 5대의 고정식 해양시추설비(잭업리그) 건조사업을 수주하면서 1조 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결국 계약이 흐지부지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고정식 해양시추설비 건조 관련 논의를 할 때는 수주 얘기가 오갔다”며 “이후에는 별다른 진척사항이 없다가 관련 업무협약 효력기한이 끝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9월 현대상선과 초대형 유조선(VLCC) 본계약을 맺긴 했지만 이 역시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수 개월 지연되다 간신히 성사됐다.
▲ 대우조선해양의 반잠수식 시추선 및 드릴십. |
정성립 사장이 무작정 신규수주를 늘린다고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신규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저가수주를 하게 되면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수주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못할 경우 조선사가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없으면 수주가 사실상 무산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인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주는 일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눈치를 봐 수주 수익성을 꼼꼼하게 따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은 신규선박 건조가격은 10여 년 만에 최저치인 반면 후판 가격은 9개월 정도 만에 10% 넘게 오르면서 원가상승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는 2010년 무렵에도 선가가 바닥을 치자 신규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폈는데 대우조선해양도 이를 따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작지만 단단한 알짜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을 세운 점도 선별수주설에 설득력을 더한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의 사업구조를 상선과 특수선 중심으로 재편하고 매출규모를 기존 13조 원 규모에서 7조 원 정도로 줄이겠다고 방향을 설정한 만큼 대규모 일감을 따내 몸집을 불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