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평가됐던 현대라이프생명이 5년 연속 적자 끝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협의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이 나빠져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데다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려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특히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을 3분의 1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정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본격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로 꼽혔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이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아 실적을 놓고 다른 말이 나오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순수 보험업을 하고 있어 실적이 좋아지면 오롯이 정 부회장의 공이 될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의 인수과정부터 출범까지 진두지휘했을 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과 상품전략 등에 관여해왔다.
정 부회장은 2012년 현대라이프 출범 당시 “빠르면 2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둘째사위로 14년째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카드업계에서 유일한 오너일가 최고경영자다.
그러나 현대커머셜을 빼면 금융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다.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도 지분이 없을 뿐더러 그나마 지분이 있는 현대커머셜 역시 3대주주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벌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독자생존을 해야 하는 쪽으로 압박을 받는 만큼 정 부회장이 금융계열사를 현대차그룹에서 분리해 이끌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벌가들처럼 현대차그룹도 사위들에게 경영권을 나눠주는 데 소극적인데다 현대차와 기아차 자동차 판매에 금융계열사가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계열분리가 말처럼 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들어 정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현대카드 실적도 여의치 않다.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에게 3위 자리마저 내줄 판이다.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실적(신용판매·금융)에서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5.11%에서 올해 1분기 14.86%로 1년 새 0.25%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4위였던 KB국민카드는 13.44%에서 14.09%로 0.65%포인트 늘어났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페이스북에 “요즘은 은퇴 이후 생활을 설계하면서 너무 신난다”며 “은퇴하면 현대카드가 카드한도 줄이려나” 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너이면서 오너가 아닌 애매한 위치를 드러냈다는 말도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