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희 기자 ssul20@businesspost.co.kr2017-09-08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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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의 유무’는 법원이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다.
최근 힘있는 인사들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잇달아 구속을 면하면서 법원에서 이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왼쪽)와 권순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8일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한 입장자료를 내고 “우병우 정유라 이영선과 국정원 댓글 관련자, 한국항공우주산업 관련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정원댓글 사건에 연루된 전 국정원직원 노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같은날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비슷한 이유로 한국항공우주산업 채용비리 관련 임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판사는 예전에 우병우 전수석과 정유라씨, 이영선 전 청와대행정관의 구속영장도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한 적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구속영장 발부율이 82%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힘있는 사람들의 구속영장 기각사례가 많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영장심사를 하는 판사들이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을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례만 놓고 보면 법원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쉽게 도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경우도 힘있는 기업인과 그렇지 않은 기업인들의 구속영장 발부율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체 구속영장 기각률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데 반해 재벌총수 등 힘있는 기업인들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60%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