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장 실장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분위기메이커’로 꼽힌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연계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부자증세 추진 등에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분배 위주의 정책을 뜻한다.
장 실장은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필요성을 묻는 의원들에게 “지난 정부에서 국가경제만 성장하고 국민의 소득은 늘지 않았다”며 “일반 국민이 ‘성장이 나와 무슨 관계인가’고 물으면 정부가 대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경제팀도 홍장표 경제수석과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연구하던 학자들로 구성돼 장 실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장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관료들은 '비주류' 경제학자이고 문재인 정부에서 누가 정책담당자가 되더라도 이들의 철학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통화와 환율 정책이 장 실장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실장이 경제정책에 적극 참여하면서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도 문재인 정부의 금융경제부처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 실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고려대)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내정자(경기고) 등 굵직한 금융인사들과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1일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장 실장이 (최 위원장을) 아주 강력하게 추천했는데 콤비를 이뤄 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의 권리운동에 장 실장과 함께 참여했다.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데도 오랫동안 협력해 왔다.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이례적으로 발탁되면서 장 실장의 추천을 받았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최 차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으로 일했다.
장 실장이 뛰어난 입담과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청와대 인사들 가운데 특히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통상문제 압박이 거세지자 적절한 농담을 던져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당시 장 실장이 “미국 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없이 영어로 말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와튼스쿨 동문인 점을 직접 언급해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장 실장은 북한의 군사도발과 인사를 둘러싼 여야갈등 등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의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때도 여러차례 농담을 던져 웃음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장 실장은 청와대에 들어간 초반에는 존재감이 비교적 옅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그가 ‘제이노믹스’를 본격적으로 이끌고 여러 공식석상에도 참여하면서 현재 청와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