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09-07 15: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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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빅조선소는 필리핀에 있는 한진중공업 자회사인데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다.
▲ 안진규 한진중공업 사장.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6일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이 회사측에 파업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세우기 위해 조만간 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수빅조선소에는 18개의 하청업체가 들어있고 한국인과 필리핀인 등 모두 3만3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은 한국인 상사들이 부당한 노동관행을 강요했을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가혹행위도 했고 여성노동자들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베르토 플로레스 필리핀 노동조합총협의회 회장은 필리핀 언론 마닐라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수빅조선소 노동자의 90% 이상이 노조설립에 동의했다”며 “한진중공업 경영진이 많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이번에 노조설립 선거를 놓고 합의해주지 않는다면 향후 파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플로레스 회장이 필리핀 정부의 국가조정 및 중재위원회에 파업할 수 있다는 통보도 보냈다고 마닐라타임스는 전했다.
마닐라타임스에 따르면 필리핀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은 회사와 노동조합 설립에는 진작 합의했지만 선거기간과 선거장소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은 8월 말 작업장 근처에서 노조설립 관련 선거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런 작업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선거를 진행하고 선거기간도 연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수빅조선소 노사는 8월부터 최근까지 노조설립과 관련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빅조선소에서 노사갈등이 깊어질 경우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5월에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며 부산 영도조선소를 특수선(방산) 전문조선소로 만들고 나머지 상선 등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만 건조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수빅조선소에서 파업이 벌어질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인건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에서 기대했던 인건비 절감효과 등을 크게 보지 못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