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LG그룹이 1조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전장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도 전장사업에 공을 들이며 추격하고 있어 이를 따돌려야 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VC사업본부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VC사업본부는 앞으로 수년 동안 30%를 웃도는 매출성장률이 기대된다”며 “전장사업을 제외한 TV, 가전, 스마트폰 사업부들의 수익성은 하반기에 다소 하락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LG전자는 4년 전부터 VC사업본부를 만들어 전장부품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현재 LG그룹의 지주회사 LG와 손잡고 1조 원가량을 들여 유럽회사 ZKW를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ZKW는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및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BMW, 아우디, GM, 볼보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연매출 규모는 1조5천억 원 수준이다.
이번 거래가 이뤄질 경우 LG그룹 사상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이 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전장사업에 품은 기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5차례에 걸쳐 대규모 채용을 했다. VC사업본부의 경우 계약직을 포함한 전체직원은 2분기 기준 4064명으로 2015년 같은 기간보다 55.8%가 늘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전체직원이 1%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VC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우종 사장은 위상이 높아진 셈인데 그만큼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사장은 2013년 VC사업본부가 만들어질 때부터 수장을 맡아 이끌어 왔다. LG그룹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외부출신 임원으로 2000년 대우자동차에서 자리를 옮겨 LG맨이 됐다.
VC사업본부는 아직 적자를 내고 있다. 2015년은 흑자 50억 원을 거뒀지만 기술투자를 확대하면서 다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영업적자 150억 원을 봤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이익을 내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만성적자를 만회하려면 VC사업본부가 흑자전환에 느긋해질 수 없다.
▲ 2016년 11월21일 하만과 삼성전자의 사업계획 등을 설명한 미디어 브리핑에서 (왼쪽부터)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
삼성전자 역시 전장사업을 확대하며 LG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전장사업에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을 9조 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글로벌 메이저업체로 발돋움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이먼트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 분야는 하만이 시장 점유율 2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올해 초 콘퍼런스콜에서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부문의 최강자”라며 “당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우리와 점유한 부분이 다르지만 삼성전자가 사업확대 전략을 펴면 경쟁강도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 밀려 만년 2등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장사업은 다르다.
LG그룹 차원에서 전장사업에 전폭적 지원을 하면서 '1등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1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구 회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전장사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삼성전자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우종 사장은 먼저 뛰어든 전장사업에서까지 뒤쳐져선 안 된다는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