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7-09-06 15: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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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김남구 김남정 형제의 '따로 형제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형이고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동생인데 형제가 업종이 전혀 다른 두 사업을 나눠맡아 다툼없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6일 기준 동원그룹은 자산규모가 8조2천억 원에 이른다. 김남정 부회장의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덩치가 크게 불었다.
이에 따라 동원그룹은 공정위가 9월 새로 추가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김남구 부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난해 대기업집단(순환출자제한집단)에 다시 지정된 데 이어 두 형제가 나란히 재벌반열에 오른 셈이다.
동원그룹은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경영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후계구도를 일찌감치 교통정리했다. 2004년 동원산업과 동원금융을 계열분리해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금융을, 김남정 부회장에게 제조를 맡겼다.
김남정 부회장은 2013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2세경영을 시작한 뒤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군을 재편하고 있다. 동원그룹을 '참치'로 대표되는 수산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회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부회장에 오른 뒤 동원그룹이 인수합병한 기업만 9개에 이른다.
최근 포장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가 산업 및 위생용 필름과 종이포장재를 생산하는 한진피앤씨 인수를 마쳤다. 현재 연포장재(얇고 부드러운 포장재)와 페트 포장재를 전문으로 하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공장 증설에 나서 해외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김남정 부회장의 취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동원시스템즈는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중소계열사에 불과했으나 김 부회장이 포장재사업을 육성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동원시스템즈 매출은 2012년 4200억 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조3008억 원에 이르렀다. 동원그룹 모태인 동원산업 매출의 82%를 차지한다.
김남정 부회장은 그동안 인수한 기업들과 기존사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동원F&B의 자회사 동원홈푸드를 통해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반찬’을 인수했는데 2021년까지 오프라인 매장 300곳을 열기로 했다. 올해 5월 서울에 대규모 조리공장도 지었다. 공장 설립을 통해 동원홈푸드의 가정간편식부문 매출을 연간 1천억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과 김남정 부회장이 동원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각각 24.50%, 67.98% 보유해 두 사람의 지분율만 92.5%에 이른다.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전혀 들고 있지 않다. 경영권 다툼의 불씨를 원천봉쇄한 셈이다.
김남구 부회장은 2004년 동원그룹에서 금융부문을 들고 분가해 지금의 한국투자금융지주로 키웠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7년 4월 카카오뱅크가 은행업 본인가를 받으면서 국내 5번째 은행지주로 전환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카카오는 은산분리에 발이 묶여 10%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다. 은산분리가 완화될 경우 카카오가 다시 최대주주를 맡기로 주주간 계약을 맺었지만 카카오뱅크가 초반부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향후 다양한 사업협력도 기대를 받는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톡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가 가능해질 경우 시장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동원금융지주 시절 총자산 기준으로 업계 8위 정도에 불과했는데 자산규모 37조 원이 넘는 은행지주가 됐다.
김남구 부회장이 2005년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그는 상대방이 가격 끝자리를 0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끝자리를 더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5412억 원을 써냈다. 결국 칼라일이 써낸 5400억 원을 제치고 인수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김남구 부회장과 김남정 부회장은 동원그룹에 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김남구 부회장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 명태잡이 원양어선에서 6개월 동안 일했다. 김남정 부회장 역시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를 거쳐 시내 백화점에 참치제품을 배달하기도 했다.
동원그룹의 계열분리 당시 장남이 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증권사를 선택한 점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남구 부회장은 이를 놓고 “동원산업은 참치조업에선 이미 세계 정상의 기업이었지만 금융은 그렇지 못했다”며 “그만큼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