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KBS나 MBC는 영국 BBC나 일본 NHK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신뢰가 흔들리지 않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결국 공영방송
지배구조개편의 문제인데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5일 김장겸 MBC 사장은 기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다.
고대영 KBS 사장도 정권의 입맛에 맞춘 편파방송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MBC와 KBS 노조는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틀째 총파업을 했다. 두 방송사 노조의 동시 총파업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KBS와 MBC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잃어버린 공영방송의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파업”이라며 “공영방송은 지난 10년 동안 권력의 통제 속에 정권 입맛에 길들여졌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정권과 밀월한 흑역사를 주홍글씨처럼 안고 있다.
제5공화국 시절로 거슬로 올라가면 이른바 ‘땡전뉴스’가 9시뉴스를 알리는 땡 소리가 나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보도를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서동구 전 KBS 사장은 낙하산인사 논란으로 한 달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서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을 때 언론특보를 맡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임명된 김인규 전 KBS 사장도 이명박 후보시절 언론특보를 지냈다.
김재철 전 MBC 사장도 이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선캠프에서 일했다. 김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후 플러스’ 등 반정부 성향의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김장겸 MBC 사장은 말을 듣지 않는 PD와 기자들을 스케이트장, 주차장 관리로 보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은 2011년 민주당 회의를 몰래 녹음해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전달했다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사의 한 관계자는 “공영방송이 이런 고리를 끊으려면
지배구조를 들여다봐야 답이 나온다”며 “지금같은 사장 선출방식로는 외풍에 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법상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는데 이사 7명이 여당, 4명이 야당 추천 몫이다. MBC 사장의 경우 사장을 뽑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대통령 추천 3명, 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3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KBS나 MBC 모두 정부여당이 마음대로 사장을 선출할 수 있는 구조다.
공영방송
지배구조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방송통신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사장의 선출방식을 전면적으로 손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진 추천을 여당 7 대 야당 6으로 정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이 개정안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문 대통령은 바라본다.
문 대통령은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선은 물론 차선인 사람도 공영방송 사장이 안 될 수 있다”며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없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에 반발해 방송장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기국회를 거부하고 있다.
방송계의 한 전문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놓고 방송장악을 내려놓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BBC나 NHK와 같은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한 합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인데 현재의 여야 대결국면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