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거침없이 평가했다.
1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재판에서 전략을 잘못 짰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1심에서 뇌물공여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를 인정하고 재산국외도피는 실무적인 부분이어서 모른다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김 위원장은 봤다.
하지만 모든 혐의를 부정하면서 오히려 높은 형량을 피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게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막판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의 전략을 펼쳤는데 재판부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오히려 이 부회장의 미래에만 엄청난 부담이 됐다”고 바라봤다.
그는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은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 나이가 50인데 본인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눈 앞의 재판만 보고 미래전략실 해체와 자사주 소각을 성급하게 처리했다”며 “이 부회장 1심판결이 나온 뒤 결정을 내렸어야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현대차의 리스크는 아무 결정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삼성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총수가 병원에 실려가면서 참모들을 중심으로 급작스레 일을 진행하다 이 부회장이 감옥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는 사업이 한창 잘 나갈 때인 2011~2012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행동을 취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오랜 시간 현대차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조언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최고경영자로서 가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의 네이버 총수 지정과 관련해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 전 의장은 일단 지분 지배력은 없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경영에 관해 영향력이 정말 없는지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전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산업을 일으킨 개척자로 존경심을 품게 됐다”면서도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 조금 더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전 의장이 그동안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온 재벌총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과거의 구태로부터 벗어난 것일 뿐”이라며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 전 의장이 리더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의 검색시장 독점 우려를 놓고 “이 전 의장이 지금까지 달성한 부분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폭넓게 청취하고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는 “규모가 큰 기업의 리더가 해야 하는 역할은 시장개척이나 신기술 개발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요구를 파악하고 맞춰가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실패한 게 이 지점”이라고 덧붙였다.[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