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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의 동부 부실경영, 종착지는 어디일까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10-23 16: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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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의 동부 부실경영, 종착지는 어디일까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제철 경영에서 물러났다. 동부제철은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자율협약 실행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더라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채권단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회장은 자발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동부제철 경영정상화는 채권단의 몫이 됐다.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구조조정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동부제철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동부제철 경영정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김준기 회장이 동부제철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동부그룹의 제조계열사를 포기하고 알짜인 금융계열사만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채권단이 우려해왔던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 채권단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협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부제철을 되찾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치권에서 오너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잠시 물러났다가 복귀하는 사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너의 부실경영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는 새로운 기준이 세워질까?

◆ 김준기 동부제철 경영권 되찾을 기회 확보

김준기 회장은 23일 동부제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부제철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채권단과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앞으로 전개될 동부제철의 미래는 여러분들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왔으며 회사의 차입금 1조3천억 원에 대해 개인보증을 서고 전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해 왔다”며 “비록 지금은 여력이 없어 동부제철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깝지만 언제라도 여건이 허락되는 한 모든 것을 바쳐 동부제철과 여러분을 지원하겠다는 결심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당진 열연공장 가동중단, 530억 원 출자전환, 6천억 원 신규자금 지원, 채무상환 유예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준기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100대 1로, 일반주주 지분을 4대 1로 차등감자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사실상 동부제철 경영권을 잃었다.

경영정상화 방안에 김준기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단 사재출연 등을 통해 동부제철 경영정상화에 기여한 점이 인정될 경우 자율협약 종료 시점에서 채권단의 결의를 거친다는 조건이 달렸다.

산업은행은 김준기 회장의 예우 문제를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김준기 회장은 차등감자로 경영권을 잃더라도 경영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주장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준기의 동부 부실경영, 종착지는 어디일까  
▲ 홍기택 KDB금융지주 겸 KDB산업은행장 지난 21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화면을 보고 있다. <뉴시스>

◆ 홍기택,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성공할까


채권단은 동부제철과 약정서를 체결하면서 오는 24일 신규자금 3천억 원을 우선지원하기로 했다. 향후 감자와 출자전환을 추진한 뒤 신임 대표이사 선임 등 경영진 교체 작업도 착수한다.

이제 동부제철 경영정상화를 주도하는 건 채권단의 몫이 됐다. 김준기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경영정상화에 기여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동부그룹과 구조조정 약정을 맺으면서 사실상 동부제철 구조조정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 무산, 김준기 회장과 갈등이 빚어지면서 동부제철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동부제철이 결국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런 책임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동부제철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1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의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도마에 올랐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동부그룹의 경우 구조조정 진행도 더디고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에서 김준기 회장에게 우선매수협상권을 줄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는데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동부제철 자율협약 체결은 미뤄지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국민 돈으로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하면서 오너 일가에 사재출연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사재출연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대주주 사재출연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반응이 없다”고 답변했다.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에 1조9천억 원을 지원했다. 따라서 올해 이 가운데 대부분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으면 산업은행은 올해 수익목표를 맞추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STX그룹 구조조정,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따른 대우건설 및 KDB생명(옛 금호생명) 인수로 모두 1조4천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 김준기, 동부화재 지키기 위한 전략적 후퇴인가

김준기 회장이 동부제철 경영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는 차원이 아니라 부실 제조계열사를 포기하는 대신 알짜 금융계열사만이라도 챙기기 위한 전략적 후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부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동부CNI와 동부화재가 각각 제조계열사들과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동부CNI는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지분을, 동부화재는 동부증권 동부생명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김준기 회장과 외아들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등 오너 일가는 동부CNI와 동부화재 지분을 보유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김준기의 동부 부실경영, 종착지는 어디일까  
▲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김남호 부장은 동부CNI와 동부화재 지분을 각각 18.6%, 13.3%씩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CNI 지분 3.6%, 동부화재 지분 6.9%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이 금융계열사를 지키기 위해 제조계열사를 내놓는 건 아닌지 우려해 왔다. 이렇게 되면 동부그룹의 제조계열사 구조조정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지만 김준기 회장 등 오너 일가는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동부그룹 제조계열사들은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동부LED는 지난 9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의 매각작업도 진행중이다. 동부건설의 경우 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금융계열사 지주사격 회사인 동부화재는 업계 2위로 올해 상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냈다. 동부화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92% 증가한 2333억 원이었다.

산업은행이 지난 7월 동부제철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담보로 내놓을 것을 요구하자 김 회장은 “동부제철 부실과 동부화재는 무관하다”며 지분을 내놓지 않고 버텼다.

산업은행이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요구했던 것은 김준기 회장이 제조계열사를 포기하고 금융계열사만 챙기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준기 회장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기보다 금융계열사 지키기에 더욱 골몰했다.

  김준기의 동부 부실경영, 종착지는 어디일까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김준기는 박삼구, 강덕수와 다른 길을 갈까


김준기 회장의 동부제철 경영복귀는 불투명하다.

김 회장이 동부제철 경영일선에 복귀하려면 사재출연 등으로 성의를 보여 채권단으로부터 우선매수협상권을 부여받고 이 협상권을 행사해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김 회장이 동부제철 경영일선에서 영영 물러날 경우 경영실패에 따른 오너의 자발적 퇴진이라는 사례가 된다.

그동안 기업에 부실을 초래한 오너들은 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경영일선에 복귀한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고 결국 배임과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라면 후자의 대표적 사례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김준기 회장이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주목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미 동부건설 구조조정과 관련해 김준기 회장의 책임을 묻지 않되 추가적 부실이 드러날 경우 경영권을 빼앗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10년 초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에 들어가자 책임을 지고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금호산업 등 계열사 네곳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박 회장은 2010년 11월 금호타이어 공동대표에 재선임되면서 곧바로 경영복귀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말 금호사업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했다.

종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려고 하자 “박 회장은 는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기회유용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사익을 추구한 경력이 있고 계열사에 자금지원을 하여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박삼구 후보의 선임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 된 뒤 지난 1월 회장직에서 사퇴하며 불명예 퇴진했고 배임과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강 전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공판에서 2조6천억 원 대의 분식회계 및 배임혐의가 인정돼 징역 10년 형을 구형받았다. 강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투명경영이 그룹의 생명이라고 강조하던 내가 파렴치한 기업인으로 치부될 위기에 처했다”며 “명예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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