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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 사장(왼쪽)과 조현문 변호사(가운데), 조현상 효성부사장.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가 친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수백억 원대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6월에도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효성그룹 계열사 대표들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적이 있다.
이번 고발은 친형 조현준 사장을 '정조준'한 것인데다 효성 퇴직 당시 사유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어 효성가 형제간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조 변호사는 효성 퇴직 당시 사유을 밝히며 효성 경영진의 비리를 조목조목 폭로해 검찰수사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조 변호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조현준 사장과 류필구 전 노틸러스효성·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대표이사 등 효성그룹 계열사 임원 8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조 사장 등이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노틸러스효성,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에서 수익과 상관없는 거래에 투자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고 허위용역 기재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부당이득을 취하도록 공모하거나 조작한 의혹이 있다”며 “특정 개인들이 기업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불법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효성그룹을 직접적으로 떠난 계기에 대해서도 소장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효성그룹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교체하는 500억 원 규모의 대형입찰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중 여러 비리증거를 포착했으나 혐의 임원들은 별다른 시정조치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효성그룹 전사 IT시스템 교체 프로젝트 비리감사 내용과 구체적 증거자료를 소장에 첨부했다.
조 변호사는 “모든 불법과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효성그룹을 떠났지만, 효성은 그동안 허위사실로 나를 끊임없이 음해했고 사문서 위조 및 명의도용 등을 통해 사내불법을 내게 뒤집어씌우려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고 소송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번 소송에 대해서도 효성은 새로운 인신공격과 음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절대 굴하지 않고 검찰수사를 통해 회사를 바로잡고 진실을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또 “기업은 사회에 대해 막중한 공적 책임을 지고 있고 특정 개인들이 기업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불법행위는 단호히 근절돼야 한다”며 “효성처럼 횡령, 배임, 비자금 조성, 해외재단도피, 페이퍼컴퍼니, 분식회계, 탈세, 증거인멸 등의 불법비리를 통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임직원들과 채권단을 기만해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지난 6월 초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적이 있다.
당시 친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은 피고발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각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지분을 80%씩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사실상 ‘형제의 난’으로 받아들여졌다.
조 사장은 노틸러스효성 지분 14.13%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지분 62.78%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은 조 변호사의 고발에 대해 “그동안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는 물론 임직원, 형제까지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발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고 정상적 경영활동의 일환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효성은 “조 변호사도 당시 경영진의 한 사람이었고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왜곡된 주장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 변호사가 6월 제기한 고발사건과 이번 사건을 병합해 조사부에서 수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세 아들 모두 경영에 참여시켰다. 차남인 조 변호사는 하버드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2007년 효성중공업 PG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경영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효성그룹을 돌연 그만두고 국제변호사로 전직해 그 배경을 놓고 소문이 무성했다. 조 변호사는 부사장에서 물러나면서 효성가에 절연을 선언한 것은 물론이고 보유주식도 전량 처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