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가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기대 반 걱정 반'의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주력인 수송용LPG(액화석유가스) 판매를 확대할 기회를 잡게 되지만 신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당진에코파워 건설은 무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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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SK가스 대표이사. |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LPG차량 구매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는 최근 일반인이 LPG를 연료로 쓰는 5인승RV(레저용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지금까지 LPG 신차는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 국가유공자만 구매가 가능하고 일반인은 7인승 이상 RV나 배기량 1천cc 미만 경차, 하이브리드차만 구매할 수 있었는데 문턱을 조금 낮춘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투싼과 쏘렌토, 티볼리 등 5인승RV차량 가운데 LPG모델은 없어 이 법안이 통과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LPG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2년이 걸리는 만큼 LPG차 구매규제을 완화해도 당장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곽대훈 국회 산자중기위 의원은 현재 일반인들이 배기량 1600cc 미만의 LPG용RV와 승용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8월 안에 대표발의하기로 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7월 일반인들이 2천㏄ 미만 LPG 승용차와 RV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대표발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금의 LPG연료 사용제한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막는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보이고 있다.
LPG차량 구매규제가 더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SK가스의 실적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LPG차 구매에 빗장이 빠르게 풀리면 SK가스는 실적반등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SK가스는 LPG차 등록대수가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곤두박질하면서 수송용LPG 판매부진에 시달려왔다. SK가스의 영업이익은 2011년 1634억 원에서 2015년 992억 원까지 꾸준히 줄었는데 앞으로 수송용LPG 판매가 늘면 실적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윤재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회에서 LPG차 활성화정책을 내놨을 뿐 아니라 환경부와 서울시가 어린이용 통학차량을 LPG차로 구매할 경우 5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예산안 추경에 포함시켰다”며 “SK가스가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가스가 주력사업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던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둘러싼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당진에코파워는 SK가스가 3천억 원을 들여 지분 51%를 인수한 석탄화력발전자회사다. 당진에코파워는 아직 착공되지 않았지만 사업허가권 획득과 부지매입비, 기초공사 비용 등으로 2천억 원 넘게 들였다.
SK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등 당진에코파워를 짓기 위해 할 수 있는 절차도 모두 밟았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고시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에코파워는 4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산업부 장관의 공식인가를 받지 못해 4개월이 넘도록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착공을 취소할 경우 SK가스가 당진에코파워에 들인 수천억 원이 넘는 돈을 날리면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려는 시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