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이 미국 정계의 대형 로비스트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치권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골드만삭스보다 더 많은 헌금을 냈다.
구글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IT업계 규제에 대한 대응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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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 구글 CEO |
구글이 미국에서 낸 정치헌금 규모가 골드만삭스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미국 정치자금 조사 전문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의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정치행동위원회(PAC)인 ‘넷팩’을 통해 올해 총 143만 달러를 정치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같은 기간 140만 달러를 낸 골드만삭스보다 더 많은 액수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로비활동을 벌여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미국정부는 ‘골드만삭스의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구글의 정치헌금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 마침내 골드만삭스를 제쳤다.
2010년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만 해도 구글의 정치헌금은 골드만삭스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이 정치헌금을 늘려가는 것은 미국 IT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구글 등 실리콘밸리기업들의 조세회피 문제와 이들에 대한 정보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등이 워싱턴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은 더 많은 돈을 지원하며 정치권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미국 IT기업들이 보수성향의 공화당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2010년 IT기업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에 낸 정치 헌금액 비율은 55%대 45%였다.
하지만 올해 공화당이 미국 하원과 상원을 모두 지배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 비율이 역전됐다. IT기업들은 전체 정치헌금 가운데 52%를 공화당에, 나머지 42%를 민주당에 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자문위원인 리드 게일런은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규제완화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며 "IT업계가 사회적 이슈에서 공화당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지 몰라도 비즈니스와 별개의 일”이라고 말했다.
구글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IT 기업들도 로비자금을 늘리고 있다.
미국 IT 기업들은 올해 모두 2250만 달러를 정치자금으로 썼다. 이는 금융업계의 로비금액인 1억21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아직 적다. 하지만 IT업계도 점점 로비자금을 늘리며 미국 정계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