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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홍준표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자유한국당이 정체성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보수혁신을 내걸고 류석춘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했지만 당 안팎에서 극우정당화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는 오히려 거세졌다.
홍 대표가 취임 당시 내세웠던 친박청산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학철 충북도의원의 “국민은 레밍”이라는 막말파문까지 터져 당지지율 하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날 수해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철 의원의 제명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당무감사위는 “지역주민들이 수해로 고통받고 피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3명에게 최고수위의 중징계인 제명을 권고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당직자와 당원을 대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 당의 혁신과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21일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최종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김학철 의원은 해외연수에 비판여론이 높은 것을 두고 “무슨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은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언론인터뷰에서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레밍은 쥐과의 설치류 동물을 말하는데 국민들이 들쥐떼 같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막말파문은 일회성 해프닝일 수 있지만 최근 여당은 물론 같은 야당에서도 한국당의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원내 107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청와대 오찬회동이 대표적인데 이날 홍준표 대표만 수해복구 현장에 간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20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삽질하는 것보다 대통령과 만나서 홍 대표가 할 말씀 있으면 하고 설명할 일이 있으면 하는 것이 좋았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아예 대놓고 “애들도 아니고 감정풀이를 하며 토라져 있을 한가한 때는 아니라고 본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가 류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뒤 극우정당 논란이 커지는 점도 홍 대표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류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태극기 집회가 내 정체성이다, 대통령 출당은 시체에 칼을 대는 것” 등 잇딴 극우성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장제원 의원은 이를 두고“탄핵을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권을 교체한 국민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국회를 무시하는 발상”이라며 “이렇게 한국당이 극우정당이 된다면 저부터 인적청산 대상을 자임하겠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보수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18일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 한국당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발제를 맡은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국정농단과 탄핵사태, 대선참패를 겪으면서도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도, 묻는 사람도 없다”며 “극우성향, 영남, 6070 정당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당에 미래가 있느냐”고 직격했다.
박 교수는 “혁신은 외면하고 반사이익만 기다리는 보수는 수구보수일 뿐”이라며 “그들의 역사의 개척자가 아니라 걸림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의 진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성린 전 의원은 “탄핵은 좌파세력의 잘 기획된 ‘촛불작전’”이라며 “1년 가까이 계속된 이 분노의 축제는 보수정당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