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주요 조선사의 주가가 국제유가 하락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발주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국제유가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국제유가, 한동안 약세 이어갈 듯
11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제유가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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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 |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일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44.4달러에 거래됐다. 석 달 전과 비교해 가격이 16.9%나 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5월에 열린 정기총회에서 원유감산 기간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큰 감산효과를 보지 못해 국제유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원유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을 중심으로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등이 원유생산을 늘리고 있어 2분기에도 원유의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수출국기구는 7월 말에 장관급회의를 열고 공급과잉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산유국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산유국들이 재정악화 등을 이유로 증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추가감산 논의를 구체화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일각에서는 추가감산이나 감산기간 연장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에 포함된 일부 국가들은 국제유가가 오를 조짐을 보일 때마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자꾸 내려가는 현상이 반복되자 감산을 포기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가 올해 11월에 열리는 제173차 정례회담에서 감산규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며 “국제유가가 올해 연말에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국제유가 약세에 조선사 주가 찬바람
국내 조선사들은 국제유가 약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11일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일보다 5500원(3.21%) 내린 16만6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에 따라 5월10일에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는데 재상장 이후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주가도 전일보다 각각 3.72%, 4.31% 하락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6월 중순만 해도 모두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조선사 주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최근 한 달 가까이 각각 11%, 14.3%, 16.7%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조선사들의 영업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글로벌 대형석유기업들은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면 해양플랜트 발주를 머뭇거린다. 수조 원짜리 해양생산설비를 운영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던 2015년에 신규수주에서 크게 고전했다. 올해 삼성중공업이 올해 해양플랜트를 2기 수주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 다른 조선사들은 2년 가까이 해양플랜트 일감을 아예 따내지도 못했다.
글로벌 대형석유기업들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중반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해양플랜트 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40달러대 초중반을 형성하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투자를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가 상반기에 신규수주를 늘릴 수 있었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이미 발주가 많이 이뤄져 하반기에 추가수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해양플랜트에서 나머지 수주목표를 채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가하락에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