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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옥자' 제작진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테드사란도스 넷플렉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프로듀서, 최두호 프로듀서, 김우택 NEW총괄대표. |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총괄대표가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의 흥행을 위해 총대를 멨다.
옥자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기존 투자와 제작, 유통방식 등 상업영화의 관습을 한켠에서, 그렇지만 철저히 무너뜨릴 수도 있는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옥자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국내에서도 콘텐츠 관련 사업에 획기적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어 김 대표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옥자가 실시간예매율에서 6위로 올라섰다. 개봉일이 6월29일인 데다 전체 상영관조차 확정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옥자는 12일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칸 영화제에서 선공개됐지만 국내 공개는 처음이다.
IT공룡인 넷플릭스가 투자와 제작에 나섰고 한국 국가대표급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틸타 스윈튼 등 세계적 배우들이 참여한 것만으로도 숱하게 화제가 됐다. 국적 논란과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한 유통방식이 무엇보다 이슈가 됐다.
막상 한국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최대 논쟁거리는 멀티플렉스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CJ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옥자가 스트리밍서비스와 극장 동시상영으로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힐 것이란 이유로 상영관을 내주지 않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김우택 대표는 5월 중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옥자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많은 협의를 했다”며 “앞으로 극장 측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정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옥자를 상영할 뜻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옥자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단관영화관이나 아트하우스, 모모, 인디스페이스 등 독립영화관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전문가들은 옥자의 상영관을 둘러싼 논란을 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와 멀티플렉스의 대결구도로 보기도 한다.
한 편의 영화가 극장상영 뒤 IPTV와 케이블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최소 상영기간을 '홀드백'이라고 부른다. 최근 IPTV에서도 극장 동시상영작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는데 이런 경우 홀드백이 극히 짧다. 온라인스트리밍과 극장 동시개봉은 이런 홀드백을 거치는 영화유통의 방식을 뿌리채 흔드는 셈이다.
TV나 온라인에서 갓 상영한 영화를 편히 볼 수 있는데도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려면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그만큼 커야 하거나 상영관의 시설 등 유인요소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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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총괄대표. |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CJCGV 등이 옥자 상영을 거부하는 것은 배급시장에서 지켜져온 게임의 룰이 흔들릴 것을 두려워하는 때문”이라며 “관객들의 볼 권리는 설사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도 안중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CJCGV를 필두로 국내 극장사업을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가 주도하면서 영화유통과정에 독점적이고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굳어졌다. 넷플릭스 역시 세계 1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거느린 거대 IT공룡이지만 전통적인 영화산업에서 보면 ‘다윗’에 불과하다.
국내 영화산업으로 눈을 돌려보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7번방의 선물’을 필두로 ‘변호인’ ‘부산행’ 1천만 영화로 대박을 터뜨리며 배급사 ‘빅4’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극장 플랫폼을 거느리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다.
CJE&M이나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 배급사들이 계열 멀티플렉스를 통해 안정적 영화배급에 나설 수 있는 것과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가 극장사업 진출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여온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이번 옥자 상영을 계기로 불거진 영화유통의 새로운 플랫폼 대 기존 플랫폼의 대결결과는 결국 관객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는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고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은 상영거부 방침을 밝혔지만 어느 쪽도 관객의 외면을 받거나 반대로 관객의 사랑이 쏟아지는 한 힘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