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아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 신규수주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우조선해양이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성립 사장은 수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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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12일 금융권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12일 대우조선해양에 2천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자금지원 방식은 크레디트라인(한도대출)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이 2천억 원의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채권단은 6월 말까지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채권 2조1600억 원도 모두 출자전환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부터 과도한 차입금과 반복되는 자금난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던 만큼 이번에 지원되는 자금으로 경영정상화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정성립 사장이 수주확보에서 성과를 거두는 일이 더욱 시급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5월에 모두 7억7천만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신규수주가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지만 경쟁기업의 신규수주 규모와 비교하면 일감확보 속도가 매우 더디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올해 누적으로 모두 38억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올해 신규수주 목표인 75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에 수주한 해양플랜트까지 합해 모두 48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에너지기업 씨원으로부터도 연결식 예인바지선(ATB선박)의 수주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올해 수주목표(65억 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최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수주를 확 늘리고 있는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4월 초 이후 두 달 넘게 신규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그동안 자금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불리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던 탓에 수주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한 계약을 살펴봐도 경쟁입찰보다는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선주측과의 신뢰관계를 토대로 일감을 확보한 비중이 크다.
정 사장이 신규수주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지원된 2조9천억 원의 자금을 놓고도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조선업 특성상 조선사들은 신규수주를 통해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선박건조 등에 쓰이는 자금을 마련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에 난항을 겪고 있어 선수금 확보가 여의치 않다.
정 사장은 최근 해외출장에 올라 신규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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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이 4월7일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최대 10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하며 악수하고 있다. |
정 사장은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조선해양박람회 ‘노르시핑2017’에 참석했다. 글로벌 주요 선주들과 만나 선박의 건조계약 등을 논의한 뒤 귀국해 현재 다음 출장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아무래도 높은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경쟁기업들과 달리 경쟁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쉽지 않았다”며 “자본이 확충된 만큼 앞으로 신규수주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4월 초에 현대상선과 건조의향서를 체결한 10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가운데 5척의 본계약을 7월 안에 체결한다. 현재 초대형 원유운반선 가격을 감안할 때 4억 달러가 조금 넘는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정 사장이 2월에 미국 휴스턴 출장길에서 건조의향서를 체결한 7척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FLNG-FSRU)는 6월 안에 1척의 발주가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