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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어떻게 바라봤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7-05-22 17: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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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시민단체에서 재벌개혁운동을 펼치면서 주요 재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장 실장이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재벌개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2일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장 실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펼치며 대표적인 재벌을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장하성,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어떻게 바라봤나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장 실장 역시 삼성그룹에 초점을 맞췄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내부 부당거래 문제를 지적하면서 13시간30분간이나 논박을 벌였다. 이듬해에도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정관개정을 요구하며 8시간30분의 마라톤 주총을 이끌었다.

그 뒤 삼성전자에 손해배상청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법원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8년 반을 싸웠다.

과거에 삼성그룹 경영세습도 비판했다. 장 실장은 2001년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를 상무보에 선임하자 “경영세습을 합리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이재용씨는 e삼성과 삼성SDS 등과 관련 삼성전자에 손해를 끼친 전력이 있다”며 “또 다른 손실유발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5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다소 기조가 달라졌다. 장 실장은 인터뷰에서 10년간 기업인을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다며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2006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논란이 커지자 이건희 회장이 사재 8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데 대해 “지금까지 삼성이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장 실장은 “이 회장이 직접 가족 등과 관련된 문제에 사과를 한 것은 엄청난 변화”라며 “삼성이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서 새로운 경영 방향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초청강연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이 회장이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경영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회장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에 가깝다”고 말했다.

2008년 삼성 특검 때는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장 실장은 “삼성이 잘 되는 게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삼성그룹 변화에 일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특검 수사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이재용 체제에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7년에 “상장기업의 경영권은 개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고 승계의 부당성을 주장했고 지난해에는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논란으로 경영철학과 비전에 의구심을 불렀고 선택과 집중의 사업구조개편도 직접 방향을 설명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 실장은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등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제시해 지금의 삼성을 만드는 리더십을 보였다”며 “이 부회장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구축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하성,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어떻게 바라봤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차와 관계는 조금 결이 다르다. 우선 널리 알려졌듯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장 실장의 고대 경영대 제자였다. 정 부회장이 장 실장에게 경영조언을 구하는 등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6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구속됐을 때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장 교수는 “총수에 문제가 있어도 기업이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데 회장 수감 이후 현대차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염려스럽다”며 “하루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 경영대학장으로 있으면서 2009년 일간지에 ‘고대 경영대, 삼성전자·현대차를 배워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장 실장은 “무명 기업이 30년 만에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그 기업에서 일하는 인재를 배출한 대학에 세계 최고가 없다는 반성에서 광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대차의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장 실장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사익편취 등을 이유로 사내이사 선임에 꾸준히 반대목소리를 냈다.

장 실장은 2015년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10조 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했을 때는 “10조를 연구개발이나 일자리 늘리는데 썼다면 한국경제에 눈에 보이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땅 사는 데 10조를 썼다는 건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계속 아무 것도 안 하고 돈을 쌓아 놓고 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푸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과는 소버린 사태로 악연이 있다. 장 실장이 2003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으로 있을 때 최태원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최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사퇴를 촉구했고 외국투자자인 소버린이 SK그룹 경영권을 공격하며 SK그룹이 큰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SK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자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2007년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자 “획기적인 변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변화를 기대할 순 없어도 투명성과 책임성이 제고되고 계열사간 출자 구조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찌감치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그룹을 놓고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 장 실장은 SK 지주회사 전환 당시 “2003년 LG가 지주회사를 만들 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지만 LG 주가가 5~6배나 올랐다”며 “시장에서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2012년 대선 때 삼성그룹과 LG그룹을 비교하면서 “재벌들하고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싸울 때 LG는 요구하는 변화에 제일 빨리 대응하고 실제로 재발방지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큰 다툼 없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장 실장이 복잡한 지배구조를 도마 위에 올린 일이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터지자 장 실장은 2015년 8월 페이스북에 롯데그룹 74개 계열사의 출자구조도를 올리고 “이 그림을 그리는 데 1주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400개가 넘는 순환고리가 있어 누가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지 알기 위한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없다”며 “반도체 회로도보다 복잡한 구조를 설계한 신격호는 신(神)격호”라고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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