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경제팀의 윤곽을 드러내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역할분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 사람은 지금까지 추구하던 경제정책 기조가 각각 달라 문재인 정부가 일관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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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실을 복원하고 국민경제자문회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획재정부, 청와대 정책실, 국민경제자문회의 ‘삼두마차’ 체계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직제개편을 하면서 참여정부 때 운영했던 청와대 정책실장을 복원했고 21일 이 자리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임명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산하에 일자리·경제·사회수석을 두고 경제·사회·교육을 포함해 정책전반을 관리하게 된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임명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문화된 헌법기관이던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와 정책실장 사이에 절묘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을 낙점했다.
김 후보자는 기획예산처와 기재부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책기획력이 뛰어난 인사로 꼽힌다. 청와대 참모를 임명하면서 ‘개혁성’에, 내각 인사는 ‘안정성’에 중점을 둬 조화를 도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장 실장이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김 후보자가 구체적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경제부처가 서로 정책을 조율하면서 균형잡힌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또 김광두 부의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완급조절을 할 수 있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의장은 J노믹스를 설계하면서도 공약이 시장경제의 기반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데 공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각기 다른 철학을 가진 세 명의 경제사령탑을 임명해 견제와 균형을 강조했다”며 “각 기관이 의제를 중심으로 정책조율과 소통을 원만하게 한다면 정부가 한 쪽에 치우지지 않은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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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
그러나 장 실장과 김 부의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업무조정에서 갈등이 생길수도 있다.
과거 정책실이 존재했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양도세 중과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한 적이 있다.
집값이 폭등하던 2004년 11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1가구 3주택 이상 중과세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재성 정책실장이 “집값을 잡기위해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반박하며 큰 갈등을 빚었다.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과 경제부처는 이후에도 법인세 인상,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을 놓고 불협화음을 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과 국민경제자문회의 권한과 역할이 커질수록 과거와 같이 경제부처와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에 힘이 실리면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줄어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장하성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김광두 부의장의 경제정책 기조가 다른 점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혼선이 생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장 실장은 ‘재벌저격수’로 통하는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경제학자인데 반해 김 부의장은 개혁적보수, 시장주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불린다. 김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경제정책을 구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동연 후보자는 이들과 달리 경제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의 중장기 계획이었던 ‘국가비전 2030’ 작성에 참여한 바 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는 등 보수적인 색깔을 낸 적도 있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22일 BBS 라디오에서 “김동연과 장하성은 그동안 보여줬던 정책방향이 매우 이질적”이라며 “이들이 어떻게 화학적으로 잘 결합해 문제를 풀어가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