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삼성증권의 보수적 색채를 버리고 투자금융(IB)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김서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4조2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자본 활용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며 “삼성증권은 점차 변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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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
삼성증권은 그동안 ‘관리의 삼성’의 계열사답게 고액자산가 고객을 바탕으로 한 자산관리(WM)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투자정책을 펼쳐왔다.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나 고액자산가 위주의 자산관리(WM)에 중점을 두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방식인데 상대적으로 투자금융을 바탕으로 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상품 예탁자산 잔고가 줄어든 데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이 3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자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윤 사장은 최근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기업공개 전담조직의 규모를 키우는 등 기업공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트레이딩 인력도 확충하며 투자금융 관련 조직의 덩치를 불리고 있다.
삼성증권의 강점으로 꼽히는 자산관리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금융사업을 펼치려는 전략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직접 중견기업 오너들을 만나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영업을 펼칠 만큼 기업공개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해외 금융회사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11일 상장한 ING생명의 해외 기업설명회에서 해외기관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가 자율경영을 시작하면서 윤 사장이 ‘관리의 삼성’에서 벗어나 증권사 특유의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드러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해외 부동산투자와 같이 자기자본을 사용하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투자금융에서 개발한 상품을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에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경쟁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의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는 5.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개선됐다. 아직 다른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이 급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부분이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기업 계열 증권사라는 점에서 제조업 계열사들을 활용해 4조 원대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가 다룰 수 있는 발행어음업무에서 다른 증권사보다 앞서나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모회사인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기관경고를 받아 신사업 진출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행법상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회사와 계열회사는 기관경고를 받은 사유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에 1년 동안 진출할 수 없다. 물론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경영전략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다른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보다 성장세가 가파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자기자본규모가 4조 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분기보다 20.4% 늘어난 순이익 558억 원을 올렸지만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은 100%가 넘는 순이익 증가율을 나타내며 1천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분기보다 38.4% 증가한 886억 원을 내며 삼성증권과의 격차를 벌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의 경우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경우가 많지만 삼성증권은 모든 부문에서 고르게 순이익이 늘어났다”며 “앞으로도 자산관리와 시너지 및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