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룹 차원의 인사를 총괄하던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 뒤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마쳤다. 이른 시일 안에 다른 계열사도 자체적으로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각 계열사의 주요 경영자를 선임하는 사장단인사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인력이동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11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 가전사업을 하는 CE부문에 이어 12일 부품사업을 맡은 DS부문의 임원인사 명단을 발표하며 지난해부터 미뤄진 임원인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특검의 박근혜 게이트 수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미뤄졌던 삼성그룹 계열사의 임원인사에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삼성전자를 뒤따라 5월 중 임원인사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인사를 총괄하고 조율하던 삼성 미래전략실이 2월28일 공식적으로 해체되며 이번 임원인사는 삼성 계열사들이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데 첫 시험대로 꼽힌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대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지주사 설립계획도 철회된 만큼 당분간 인사와 사업전략 수립, 투자 등 결정은 모두 각 계열사의 이사회에서 담당하게 된다.
임원인사의 경우 대부분 개인의 성과와 내부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갑작스런 미래전략실 해체로 사장단 인사와 계열사들 사이 인력이동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그동안 주요 경영자들의 역량과 역할, 그룹 차원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며 핵심 고위임원들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 연말인사에서 홍원표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삼성SDS로, 전동수 사장이 삼성SDS에서 삼성전자로 이동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미래전략실이 없으면 모든 계열사들이 서로 협의를 통해 인력이동을 논의하는 방법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원활하게 사장단 인사가 진행되기 쉽지 않다. 인사 결정권의 주체도 불명확하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의 임원인사를 먼저 실시한 뒤 사장단인사는 5월 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결과와 경영복귀 여부가 결정된 뒤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의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전영현 사장을 3월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급 인사를 앞서 실시했다.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사회에서 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
|
▲ 서울 서초구의 삼성 서초사옥. |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이와 같이 이사회의 역할을 점차 강화하며 CEO추천위원회 신설도 추진하는 등 미래전략실 해체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들 사이 이런 내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릴 경우 이를 조율할 만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없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조속히 복귀해 그룹 차원의 경영을 총괄하는 것과 계열사 지분율이 높아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 꼽히는 삼성물산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결과와 경영복귀에 대한 사회적 여론, 삼성 미래전략실이 과거 계열사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춰 발생했던 논란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어려운 상황에도 임원인사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며 우선 올해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