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PG(액화석유가스)시장의 양대축인 SK가스와 E1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K가스는 석유화학용 LPG 공급에 힘입어 회생의 길로 접어든 반면 E1은 수송용 LPG 업황악화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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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와 E1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5월치 LPG를 4월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
아람코는 국내 LPG회사에 5월치 프로판을 톤당 430달러, 부탄을 톤당 390달러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4월 공급가격보다 프로판은 톤당 45달러, 부탄은 100달러 인하된 것이다. 아람코는 올해 3월부터 프로판과 부탄 등 LPG 공급가격을 직전달보다 낮춰서 공급하고 있다.
구현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셰일가스회사들이 LPG 공급량을 늘리면서 전 세계의 LPG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아람코가 미국 셰일가스회사와 경쟁하면서 앞으로도 LPG 공급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가스가 특히 LPG 가격하락에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가스는 지난해 효성과 태광산업, SK종합화학, LG화학 등에 화학제품용 프로판을 공급하면서 국내 LPG시장점유율을 2015년 35.6% 정도에서 지난해 44.3%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도 프로판 가격이 나프타 가격보다 낮은 흐름을 이어갈 경우 석유화학회사를 상대로 석유화학용 LPG의 판매를 늘릴 수 있다.
SK가스는 지난해 4월부터 자회사 SK어드밴스드를 통해 석유화학용LPG 사업에서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 SK어드밴스드는 SK가스가 지분 65%, 사우디아라비아의 화학회사 APC가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는 합작회사로 한해 49만5천 톤의 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다.
SK어드밴스드는 프로판을 바탕으로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SK가스가 SK어드밴스드에 프로판을 공급하면 여기에서 프로필렌을 생산해 판매하면서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이다.
SK어드밴스드는 지난해 가동된 지 8개월 정도 만에 매출 4617억 원, 영업이익 666억 원을 내면서 SK가스의 알짜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증권사의 실적전망을 종합하면 SK가스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2930억 원, 영업이익 1963억 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8.6% 늘어나는 것이다. SK가스가 이 정도 영업이익을 낼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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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용 E1 회장. |
SK가스의 맞수인 E1은 수송용 LPG시장의 침체에 따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1은 국내 LPG시장에서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11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2011년 영업이익 1205억 원을 낸 뒤 영업이익이 매년 곤두박질했다.
E1이 수송용 LPG를 주력사업으로 삼으면서 업황악화로 고전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LPG차량 신규 등록대수는 2010년 245만9155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2~3%씩 줄어들고 있다. LPG차량은 국가유공자, 장애인, 택시용도 등으로만 구매할 수 있어 신규판매를 늘리기가 어렵다.
1990년대 후반에 판매됐던 LPG차량의 폐차율이 높아지는 점도 수송용 LPG의 판매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LPG차량의 전체 운행대수가 줄어들면서 수송용 LPG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