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이 생명보험사들의 기업공개(IPO) 뒤 주가하락의 역사를 끊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자금회수를 위해 ING생명의 공모가를 무리하게 높여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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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국 ING생명 사장. |
2일 금융권에 따르면 ING생명이 기업공개를 위한 일반공모 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하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ING생명의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은 0.82대 1로 나타났는데 올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제외한 일반공모 청약 가운데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도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낮은 수준이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경쟁률은 3.18대 1이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경쟁률은 0.69대 1이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대부분 공모가도 3만3천 원~4만 원을 써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희망 공모가밴드 하단인 3만1500원을 밑도는 가격을 가장 많이 적어냈다.
고배당 성향과 자본건전성을 앞세워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내시장의 평가와 동떨어진 무리한 공모가 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NG생명의 희망 공모가는 3만1500원~4만 원이었는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를 평가하는 지표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5~6위 수준인 ING생명이 업계 1~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비교기준으로 삼은 것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3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라는 말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매각을 추진할 때도 3조 원 이상의 매각가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ING생명이 상장된 뒤에도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반공모 청약 가운데 ING생명의 고배당 성향에 관심이 있는 장기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투자자들은 공모가에서 추가적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셈이다.
게다가 국내외 기관투자자 가운데 보호예수를 약속한 비중은 0.13%로 ING생명이 상장한 직후에 단기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보호예수란 일정기간에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물량 47.1%를 자발적으로 6개월 보호예수를 약속한 것과 비교된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상장된 뒤 잔여지분 59.1%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미지도 ING생명의 주가에 부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배당 성향을 앞세워 장기 투자자들을 모집했지만 경영권이 넘어가면 배당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민영화 이후 주당 배당금을 낮췄던 우리은행처럼 ING생명의 대주주가 바뀔 경우 배당성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ING’ 브랜드의 사용기간이 내년까지라는 점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ING생명을 인수하면서 ING그룹과 2018년 12월까지 ‘ING’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NG생명은 수익성에 크게 기여했던 운용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고 ‘ING’ 브랜드 사용기간이 끝난 뒤 회사이름 변경에 따라 영업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