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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CEO가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플린트센터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폰6 플러스와 아이워치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팀 쿡 애플 CEO가 연일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신형 아이폰이 판매 신기록을 세운 기쁨도 잠시,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폰 6 플러스’와 ‘iOS8’에서 잇따라 문제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팀 쿡은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품질 테스트 과정을 공개하고 오류를 수정한 새로운 운영체제를 긴급히 배포했다.
하지만 애플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거 애플이 논란을 겪었을 때처럼 이번 사건도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예상보다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엇갈린다.
◆ 애플 ‘벤드게이트’ 논란에 “큰 문제 아니다” 해명
애플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폰6플러스’의 휨 현상에 대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25일 내놓았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아이폰6 플러스에 힘을 가하면 구부러지는 현상은 극히 드문 편”이라며 “판매가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지금까지 애플에 이 문제를 제기한 고객은 9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는 애플이 규정한 높은 수준의 품질기준을 모두 만족하거나 초과달성했다”며 “아이폰은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 스틸, 티타늄으로 정밀하게 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IT기기 전문 리뷰 사이트인 언박스테라피(Unbox Therapy)가 지난 23일 아이폰6 플러스를 사람 손힘만으로 휘게 만드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라간 이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현재 3천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후 해외 IT전문매체들은 아이폰6플러스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점을 비꼬며 ‘벤드게이트(Bendg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애플은 아이폰6 플러스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 맥루머스와 더 버지 등 IT전문매체를 초대해 제품 테스트실을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6플러스가 압력 가하기와 비틀기, 주머니에 넣고 앉아 보기 등의 테스트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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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박스테라피(Unbox Therapy)가 공개한 아이폰6 플러스의 구부러짐 현상. <언박스테라피 유튜브 사이트> |
◆ 사과 하루 만에 ‘iOS8’ 수정버전 재배포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 iOS8의 문제점을 고친 ‘iOS8.0.2’를 배포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바로 전날인 24일 선보인 ‘iOS8.0.1’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1시간여 만에 배포를 중단하고 사과한 지 하루만의 조처다.
애플은 “iOS8.0.1 버그 문제로 불편을 겪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사용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수정버전은 이전버전보다 개선됐으며 버그 문제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약 4만대 가량의 기기가 iOS8.0.1 업데이트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iOS8.0.1을 내려 받은 사용자들은 아이폰이 기지국을 찾지 못하거나 지문인식 센서인 ‘터치 아이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외언론들은 “애플이 벤드게이트에 이어 업데이트게이트(Updategate) 논란까지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번 수정버전이 이전 버전의 문제와 함께 건강관리 서비스인 ‘헬스킷’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없었던 점과 키보드 관련 오류를 고쳤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앱에서 사진과 앨범 기능에 접근할 수 없었던 점과 SMS 또는 MMS 수신 시 데이터가 불필요하게 사용된 점, 인터넷 브라우저인 ‘사파리’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없었던 점 등을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 두 가지 논란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벤드게이트와 업데이트게이트 논란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이번 논란이 애플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전자의 의견이 더 우세하다. 애플이 과거 여러 차례 논란을 겪었지만 이 때문에 판매실적 하락 등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2010년 ‘안테나게이트’와 2012년 ‘맵게이트’가 불거졌을 때도 애플의 아이폰 판매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안테나게이트는 ‘아이폰4’를 손으로 직접 잡으면 수신감도가 급격히 떨어졌던 문제를 말한다. 맵게이트는 구글 지도 대신 탑재됐던 애플 지도가 엉뚱한 길을 안내하는 등의 오류를 발생시켰던 점을 일컫는다.
IT전문 조사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팀 바자린 애널리스트는 25일 블룸버그를 통해 “이번 논란은 애플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폰에 대한 높은 수요를 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올 4분기(10~12월) 아이폰 판매량이 61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세웠던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인 5100만 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반면 애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이폰과 iOS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애플이 입을 피해가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간단한 업데이트로 고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오류에 비해 품질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BTIG리서치의 월터 피어칙 애널리스트는 25일 “iOS 오류는 일단 고쳐지고 나면 금방 잊혀질 문제”라며 “다만 아이폰6플러스가 휘어지는 것은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뛰어난 품질로 유명한 애플 제품을 구매했는데 친구들에게 기기가 구부러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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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 팀 쿡, 공식사과 나설까?
팀 쿡에게 이번 아이폰6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는 팀 쿡이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의 그늘을 벗어나 내놓은 첫 작품이다.
따라서 이 제품의 성패에 따라 팀 쿡에 대한 평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품질논란을 빠르게 수습하지 않을 경우 팀 쿡의 리더십은 상처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은 애플을 조롱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LG전자가 23일 영국 공식 트위터에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LG G플렉스’ 사진을 올리자 삼성전자도 26일 이에 동참했다. 삼성전자는 삼성 모바일 트위터에 ‘갤럭시노트엣지’ 사진과 함께 ‘Curved. Not bent’라는 글을 올렸다.
결국 이번 논란은 팀 쿡이 공식적으로 사과에 나서야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팀 쿡은 2012년 애플 지도 앱 문제로 직접 사과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애플의 수리 및 보증정책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고개를 숙였다.
급락하고 있는 애플 주가도 팀 쿡을 압박하고 있다.
25일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3.80% 하락한 97.87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100달러 고지를 내줬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5860억 달러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103.30달러)를 기록한 이달 2일과 비교하면 30조 원 이상 날아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