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부채감축을 위해 여러 곳의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본사사옥을 10조 원 넘는 가격에 매각해 부채감축에 청신호가 켜진 한국전력공사와 크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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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현재 매각해야 하는 사옥은 모두 9곳이다.
토지주택공사는 애초 부산 개금과 인천 구월, 강원 원주, 대전 둔산, 광주 치평, 대구 침산, 경남 창원 7곳의 사옥을 매물로 내놓았다. 여기에 올해 연말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가 진주로 이전함에 따라 경기도 성남 오리와 정자의 본사 사옥 2곳도 매물로 추가됐다.
토지주택공사가 매각해야 할 사옥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2009년 통합되면서 불필요한 사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매각이 추진된 14곳 가운데 서울 대치, 인천 만수 등 7곳은 이미 팔렸다. 그러나 나머지 건물들은 5년째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가 팔지 못하고 있는 사옥 9곳의 매각 예정금액은 총 7872억 원에 이른다. 토지 면적은 11만2157㎡, 건물 면적은 22만㎡다.
토지주택공사가 예정대로 사옥을 매각하지 못하면서 경영정상화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부채 갚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매각되지 않으면서 관리비 등 운영비도 매년 540억 원 가량 들어가고 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사옥 매각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LH의 경영 정상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할인매각, 홍보강화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2조3000억 원으로 7개 공기업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토지주택공사가 내놓은 사옥이 안 팔리는 가장 큰 이유는 모두 대형이어서 수요자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남 오리·정자 사옥만 해도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를 제외하고 공기업 사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또 다른 공공기관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동산 매물을 일시에 내놓은 점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게다가 토지주택공사가 소유한 건물들은 대개 도심 외곽에 자리하고 있고 도심 안에 있더라도 업무ㆍ연구시설 등으로 용도가 극히 제한돼 있어 매각이 잘 되지 않고 있다.
토지주태공사는 올초 분당 정자동 사옥이 팔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차례나 유찰되면서 가격이 2748억 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정자동 사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이다. 그러나 대금 지급 방식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매각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장기간 분할납부를 원하는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매각이 안되는 사옥은 대부분 임대를 주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활용하고 있다”며 “할인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는 앞으로 정자 사옥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의해 연내 매각이 성사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오리 사옥은 매각 후 다시 임차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