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LG실트론 잔여지분(49%) 인수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최 회장은 올해 초 SK를 통해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했지만 회사이름 변경 등을 하려면 추가지분이 필요했다.

LG실트론 잔여지분 49%를 나눠서 보유한 2대주주들끼리 벌인 공동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최 회장은 이들을 분리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LG실트론 2대 주주 분열

LG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11일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지분매각 공고를 내고 21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는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6일 LG실트론 지분 49%(3284만1440주)를 매각한다고 공고했는데 매각지분이 변경된 것이다.

이는 LG실트론 2대주주들이 추진한 공동매각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LG실트론의 2대주주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 KTBPE는 보유중인 지분49%를 묶어 파는 ‘공동매각’을 논의하고 있었다.

사모펀드 보고펀드와 KTBPE는 2007년 자금난을 겪던 동부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 49%를 사들였다. 보고펀드는 지분 29.4%를 4246억 원에, KTBPE는 지분 19.6%을 2832억 원에 인수했다.

LG실트론이 이후 태양광사업 실패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보고펀드는 연체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2014년 인수금융부도(디폴트)를 냈고 보고펀드가 보유했던 지분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KTBPE도 비슷한 상황을 맞았지만 다른 재원으로 이자를 막아가며 최근까지 3차례나 만기를 연장했다.

채권단과 KTBPE는 지분매각을 위해 힘써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LG그룹이 지분 51%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어 지분 49%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반도체사업 강화’ 의지에 따라 올해 초 LG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51%를 62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 KTBPE는 지분49%를 매각하기 위해 SK그룹과 접촉하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동매각을 논의해왔다.

KTBPE의 대주단인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등의 입장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입장이 달랐던 것이 협상결렬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이번에 내놓은 지분 29.4%는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매각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KTBPE와 대주단은 이와 별도로 지분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최태원, ‘SK실트론’만들기 성공할까

LG실트론 2대 주주들의 지분이 사실상 분리매각되면서 SK그룹이 잔여지분 인수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도 추가로 지분매입은 필요하다.

LG실트론은 정관에 회사이름을 LG실트론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회사이름을 SK실트론으로 바꾸려면 정관을 바꿔야 하는데 정관변경은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결의는 주총에 출석한 주주 가운데 3분의 2이상, 즉 지분 66.7%이상이 필요하다.

LG실트론 인수이후 2대주주들은 SK그룹에 잔여지분(49%)도 마저 사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최 회장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가격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LG실트론 1주당 1만8138원을 들여 샀는데 이는 ‘경영권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이었다. LG실트론 2대주주들은 비슷한 가격에 지분 49%도 사주길 원했다.

LG실트론 2대주주들의 공동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최 회장은 채권단과 KTBPE를 분리해 대응 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은 채권단과 KTBPE의 보유 지분 가운데 한쪽만 인수해도 ‘SK실트론’을 만들 수 있다. 인수과정에서 채권단과 KTBPE의 경쟁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최 회장이 추가지분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LG실트론의 기업가치는 최근 반도체업황의 호조로 상승하고 있다. LG실트론은 지난해 매출 8264억 원, 영업이익 332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15년보다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564% 오른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LG실트론 지분 51%의 매입절차도 아직 마치지 못했다”며 “추가지분 매입을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을 아꼈다.[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