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퇴임한 뒤 신한금융지주 고문을 맡아 어떤 역할을 맡을까.
주요 경영진들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하며 신한금융의 원활한 경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조용병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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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
한 전 회장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3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되면서 6년 만에 신한금융 회장에서 물러났다.
한 전 회장은 주주총회를 마친 뒤 “이제 물러나지만 주주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한 전 회장은 퇴임한 뒤에도 신한금융지주 고문을 맡아 신한금융과 관계를 이어간다.
신한금융지주가 고문 자리를 만든 것은 처음인 데다 국내 역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퇴임한 뒤 고문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처음이기 때문에 한 전 회장의 역할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한 전 회장이 6년 임기동안 신한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새로 꾸려진 신한금융의 주요 경영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 전 회장은 신한사태 직후 회장을 맡아 후유증을 치유하고 CEO승계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사과정에서 특정인 및 계파의 입김과 외풍 등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의 ‘1등 금융그룹’ 입지를 다지는 데도 공헌했다. 신한금융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2조 원을 넘는 순이익을 내며 9년 연속 금융지주 선두를 유지했다.
신한금융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과 깊은 친분을 맺고 있는 만큼 조 회장과 재일교포 주주들의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조 회장은 아직까지 재일교포 주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회장이 신한사태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경험했던 만큼 고문을 맡더라도 권력분쟁의 소지를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회장은 신한금융 주주들에게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 부임하는 조 회장은 리더십과 통찰력을 갖춘 훌륭한 경영자”라며 “재일동포 주주들의 모국 사랑에서 시작된 신한의 성공역사가 조 회장 중심으로 한차원 더 높게 쓰일 수 있도록 신한금융과 신임 회장에게 큰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 전 회장은 “후배들이 부담을 지니지 않도록 경험을 나눠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만 고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신한금융의 상황을 보면 한 전 회장의 의도와 상관없이 ‘조용병체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 회장과 위 행장, 재일교포 주주 측의 사외이사 등 주요 경영진들을 잇는 역할을 한 전 회장이 맡으면 조 회장이 신한금융 전체를 주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전 회장은 이제 시작되는 조용병체제의 든든한 후원자로 명예롭게 기억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권력분쟁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신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