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생수 ‘백산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70% 가까이 증가해 시장점유율 4%에 도달했다. 농심은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백산수 출시 2년이 되는 올해 연말까지 점유율을 5%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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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 농심 대표이사 사장 |
17일 농심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백산수 판매량은 1053만 병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8.5% 증가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 89억 원에서 올해 139억 원으로 56.2% 늘었다.
이처럼 백산수가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농심이 그동안 ‘삼다수’를 통해 닦아놓은 영업력 덕분이다. 이에 더해 백산수의 품질이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농심그룹은 1998년 제주개발공사와 계약을 맺고 삼다수로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그룹은 강력한 유통망을 활용해 3개월 만에 ‘석수’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농심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유통채널에 물건을 입점시킬 수 있는지와 얼마나 꾸준히 물건을 납품할 수 있는지로 영업능력을 평가한다”며 “농심은 당시 신라면으로 이미 뛰어난 영업능력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를 삼다수에 적용해 압도적 1위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심그룹은 14년 동안 키운 삼다수의 유통권을 2012년 광동제약에게 빼앗겼다. 농심은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판권유지를 위해 강력히 대응했지만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다수를 1위로 만든 농심 입장에서 보면 영업권을 뺏긴 것이 억울하겠지만 15년 동안 삼다수 영업을 하면서 만든 유통인프라와 영업노하우 등은 여전히 농심의 자산”이라며 “이를 활용해 백산수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심이 제주개발공사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걷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더 낫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농심은 삼다수의 유통과 판매만 맡으며 제한된 수익을 얻었으나 삼다수와 결별을 계기로 생수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으면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백산수가 성장함에 따라 농심도 영업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목표는 최대한 많은 유통채널에 백산수를 납품하는 것이었지만 올해는 백산수 알리기가 농심의 최대 과제다. 농심은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할인행사와 시음행사를 하는 등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농심 관계자는 “보통 생수업체들은 시음행사를 잘 안하고 단발성으로 1~2주 내에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는 유통업체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농심은 백산수의 품질에 자신있기에 고객과 접점을 늘릴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신호상 공주대학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시판중인 국내외 생수 17개 가운데 마그네슘과 칼슘의 농도비가 가장 높은 브랜드는 백산수(1.05)였고, 삼다수와 천연수(0.93)는 3위였다.
농심 관계자는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한 현대인은 칼슘의 함량에 따라 마그네슘 흡수율이 달라져 마그네슘과 칼슘의 농도비가 중요하다”며 “백산수는 백두산의 화산암반층에서 뽑아내므로 각종 미네랄 성분을 품고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을 잇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생수를 꼽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는 회사가 정한 대표적 신성장 미래사업”이라며 “수년 내에 생수를 중심으로 글로벌 종합식음료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생수는 연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00년 1500억 원대였던 국내 생수시장은 올해 6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농심은 지난 6월 중국에서 백산수 신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기존공장의 25만 톤에 더해 125만 톤의 생수 공급능력을 갖춰 국내 1위 생수인 제주 삼다수와 대등한 생산량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위해 농심은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2천억 원을 이 공장에 투자했다.
박준 농심 대표는 “백산수 신공장은 농심의 새로운 100년 성장을 이끌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세계 유수의 생수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생수시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삼다수가 43% 점유율로 10년 넘게 1위를 수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