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인철 태광산업 공동대표(가운데)가 2026년 7월20일 서울 중구 태광산업 본사에서 우리은행과 상생대출 협약을 맺고 배연수 우리은행 기업그룹장(왼쪽), 이부의 공동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태광산업> |
△케이조선 인수 재도전, 한국카본과 손잡아
태광산업은 2026년 10월14일 케이조선 매도인 측과 거래 기본사항을 정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앞서 9월11일 탄소섬유 복합소재 기업 한국카본과 컨소시엄을 꾸려 재입찰 인수의향서를 냈다. 거래구조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케이조선은 옛 STX조선해양이다. 중형 석유제품운반선을 주로 짓는 중형 조선사로,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KHI가 지분을 49.79%씩 갖고 있다. 2025년 매출 1조2563억 원, 영업이익 1454억 원을 냈다.
첫 인수 도전은 실패했다. 태광산업은 오성첨단소재, 그린하버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꾸려 2026년 3월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사회는 3월과 4월, 6월 세 차례 투자확약서 제출을 승인했으나 6월22일 매각주관사로부터 입찰 절차 종료를 통보받았다.
매각 측은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 주체를 맡는 구조로는 선수금환급보증(RG) 신용보강이 어렵다고 봤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할 때 선주에게서 받는 선수금을 금융사가 보증하는 제도로, RG 없이는 수주가 불가능하다.
재입찰에서 재무적 투자자 대신 사업회사를 파트너로 바꾼 것은 1차 무산 사유였던 신용보강 문제를 보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조선의 전신 STX조선해양은 정인철이 기획조정본부장을 지낸 STX그룹의 계열사였다.
△애경산업 인수로 화장품·생활용품 사업 진출
정인철은 애경산업 인수와 인수 이후 통합 작업을 맡으며 태광산업의 소비재 사업 진출을 이끌고 있다.
태광산업은 2026년 7월1일 애경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애경산업은 3분기부터 태광산업 연결실적에 반영된다.
앞서 태광산업은 2026년 3월26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애경산업 지분 63.13%를 약 4442억 원에 인수했다. 태광산업이 직접 확보한 지분은 31.56%다.
이번 인수는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소비재로 넓히기 위한 것이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이 보유한 화장품·생활용품 브랜드와 제조·판매 기반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브랜드와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정인철은 애경산업 인수 과정을 주도했다. 2026년 3월 애경산업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인수 뒤에는 사업구조 재편과 통합 작업을 맡았다.
애경산업은 2028년까지 화장품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에 치우친 해외 시장을 미주·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태광그룹의 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을 활용해 판매 경로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동성제약 인수로 제약·뷰티 사업 연계 추진
태광산업은 2026년 5월 동성제약 인수를 마무리하며 신사업 영역을 제약·헬스케어로 넓혔다. 정인철이 총괄하는 미래사업 부문에서 애경산업과 연계할 연구개발 역량과 제품군을 확보한 것이다.
태광산업은 유암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성제약 인수와 경영 정상화에 모두 1600억 원을 투입했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동성제약 지분은 2026년 6월 말 기준 31.13%다.
동성제약은 회생절차를 밟던 기업이다. 일부 채권자의 반대로 회생계획안이 부결됐으나 2026년 3월 법원의 강제인가를 거쳐 인수가 진행됐다. 동성제약은 인수자금을 바탕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같은 해 5월 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했다.
동성제약은 정로환 등 의약품과 세븐에이트·이지엔 등 염모제 사업을 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의약품 연구개발 역량과 뷰티 제품군을 함께 확보해 애경산업의 화장품·생활용품 사업과 연계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태광산업은 동성제약의 연구개발, 애경산업의 제품화·제조, 화장품 법인 실(SIL)의 브랜드·유통 사업을 연결하는 구도를 짰다. 인수한 기업의 경영 정상화와 함께 개발부터 제조·판매까지 이어지는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4년 연속 영업적자, 2026년 2분기 손실 축소
태광산업은 2026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910억 원, 영업손실 125억 원, 순이익 871억 원을 냈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7.5%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43억 원에서 확대됐다.
분기별로는 2026년 1분기 영업손실이 114억 원에서 2분기 11억 원으로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외부환경에 의한 일시적 실적 개선으로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제품 판매가격이 오른 가운데 저가 원료 투입에 따른 시차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별도기준 2분기 석유화학 부문은 영업이익 82억 원을 내며 전분기 영업손실 48억 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섬유 부문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67억 원에서 95억 원으로 커졌다.
영업적자에도 순이익을 낸 것은 영업외손익이 반영된 결과다. 상반기 관계기업 지분법이익은 318억 원이었다. 금융수익에서 금융비용을 뺀 순이익은 343억 원, 기타수익에서 기타비용을 뺀 순이익은 292억 원이었다.
연간으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 연결 매출은 1조8274억 원, 영업손실은 360억 원이었다. 회사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규 인수한 애경산업과 동성제약은 2026년 상반기까지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지분법으로 실적이 반영됐다. 태광산업이 인식한 지분법손익은 애경산업이 15억 원 이익, 동성제약이 19억 원 손실이었다. 애경산업은 7월1일 태광산업이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함에 따라 3분기부터 연결 실적에 포함된다.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 인수, 리츠 통한 부동산 투자 확대
태광산업은 2025년 12월 리츠를 통해 서울 중구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2640억 원을 투입해 인수했다. 종전 최대 주주는 KT&G였다.
2016년 문을 연 객실 400개 규모의 4성급 호텔로 남대문시장과 명동에 인접해 있다.
태광산업은 인수 후 2026년 3월 호텔 이름을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으로 바꿨다.
매수 주체는 흥국리츠운용이 자산관리를 맡은 태광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다. 태광산업은 2025년 이 리츠에 500억 원을 출자했으며, 2026년 6월 말 기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 인수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와 신사업 확대의 일환이다. 태광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2026년 상반기 매출 91억 원, 순이익 22억 원을 냈다. 6월 말 자산은 2873억 원, 부채는 1860억 원이다.
정인철과 이부의 등 두 공동대표는 2026년 4월1일 주주서한을 통해 호텔 인수에 이어 신규 부지 매입 등 부동산 개발과 연계한 사업 기회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보완하고 수익 기반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인수합병 총괄로 영입돼 9개월 만에 대표이사에
정인철은 2026년 4월1일 태광산업 공동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2025년 7월 미래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된 지 9개월 만이었다.
정인철은 신사업 발굴과 전략, 인수합병(M&A) 부문에서 대표 역할을 맡았다. 이부의 공동대표는 태광산업의 기존 석유화학·섬유 사업의 운영과 수익성 개선을 담당한다. 태광산업은 두 대표가 양 축에서 역할 분담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인철의 영입은 태광산업이 신사업 투자를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렸다. 태광산업은 2025년 7월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기업의 인수와 설립에 1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태광산업은 미래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정인철을 총괄 임원으로 영입했다.
합류 뒤 대형 인수가 이어졌다. 태광산업은 2025년 9월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10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성제약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인철과 함께 태광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부의 공동대표는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를 거쳐 2017년 태광그룹에 합류한 경영기획 분야 전문가다.
△CG인바이츠 대표로 최대 주주 교체기 사업 재편 맡아
정인철은 태광산업에 합류하기 전 바이오제약사 CG인바이츠에서 최대 주주 교체에 따른 사업 재편과 자금 운용을 맡았다. 2023년 4월 대표이사로 선임돼 회사 안정화에 주력한 뒤 2025년 3월 물러났다.
CG인바이츠의 전신은 크리스탈지노믹스다. 기술성평가에 따른 상장특례를 처음 적용받아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한 신약개발 기업이다. 정인철은 2016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했고, 파나케이아 대표를 거쳐 창업주 조중명이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2023년 6월 뉴레이크인바이츠가 58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 주주에 올랐고 회사 이름도 CG인바이츠로 바뀌었다. 정인철은 같은 해 7월 단독대표를 맡았다. 2024년 3월부터는 오수연과 공동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었다.
연구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정리했다. CG인바이츠는 2023년 7월 판교 본사 건물 3개 층을 약 349억 원에 매각했다.
신사업 확보도 추진했다. 2024년 7월 유전체 분석기업 프로카젠을 흡수합병했다. 정인철은 같은 해 10월 인터뷰에서 유전체 분석과 디지털치료제, 항암백신 개발을 새로운 사업 축으로 제시했다.
재임 중 창업주와의 분쟁이 불거졌다. 조중명 전 대표는 미국 자회사 CG파마슈티컬스의 지분과 경영권에 관한 계약 이행을 요구하며 2024년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CG인바이츠는 청구에 근거가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략컨설팅에서 대림·STX 기획 조직으로
정인철은 전략컨설팅과 대기업 기획 조직을 거쳐 상장사 재무와 경영을 맡아온 전문경영인이다.
1988년 유나이티드컨설팅그룹에서 경력을 시작해 1989년 모니터컴퍼니 미국 보스턴 본사에서 일했다. 모니터컴퍼니 한국지사에서 선임컨설턴트와 이사,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A.T.커니에서 전략 부문 대표를 맡았고 IBM의 컨설팅 사업부 GBS에서 파트너로 근무했다.
2009년 대림코퍼레이션에서 기획 및 해외사업 담당 전무를 맡으며 기획 조직 분야로 이동했다. STX그룹에서는 기획조정본부장과 경영개선 태스크포스(TFT)장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2016년 크리스탈지노믹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 뒤에는 자금 조달과 투자로 업무 영역을 넓혔다.
태광산업은 2026년 대표 선임 당시 정인철의 인수합병(M&A) 경험과 전략 역량을 높이 샀다.
△매출 5조 목표 밸류업 계획, 자사주 M&A 활용 추진
태광산업은 2026년 6월30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2030년 매출 5조 원, 자기자본이익률(ROE) 8%를 목표로 제시했다. 2025년 연결 매출은 1조8274억 원이며, 회사가 제시한 ROE는 2.1%,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2배였다.
청화소다·아라미드·모다크릴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뷰티·헬스케어와 첨단소재 분야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서울 장충동 본사와 부산 구서동 운휴 공장 등 보유 부동산의 개발·활용 방안도 검토에 나선다.
자기주식은 전략적 M&A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2026년 6월 말 기준 보유 자기주식은 27만1769주로 발행주식의 24.41%다. 회사는 구체적인 보유·처분 계획을 마련해 2027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겠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방안으로는 배당 확대를 선택했다. 2026년 8월13일 2026년 결산배당 상향 추진 방침을 공개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액이나 배당성향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2023~2025년 결산배당은 매년 주당 1750원이었으며, 2025년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1.77%였다.
회사는 4년 연속 영업손실과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배당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들었다. 액면분할은 기업가치 개선과 주가·거래량 등을 고려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성장 목표에 비해 주주환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2026년 7월14일 공개서한을 통해 배당성향을 2026년 10%에서 2030년 40%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5대 1 이상의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자사주의 M&A 활용 방침에도 반대했다.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자기주식을 인수대금으로 넘기면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 주주
이호진 전 회장, 자사주 24.41% 쥐고 있어
태광산업 최대 주주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2026년 6월 말 기준 태광산업 주식 32만8189주, 지분 29.48%를 보유하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미등기·비상근 고문으로 경영자문을 맡고 있다. 2025년 보수는 8억5천만 원으로 태광산업 보수 공시 대상 가운데 가장 많았다.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은 54.53%다. 계열사 티알엔이 11.22%,
이호진 전 회장의 조카 이원준씨가 7.49%,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이 5.00%를 보유하고 있다. 티알엔은
이호진 전 회장과 아들 이현준이 지분 대부분을 가진 회사다.
자기주식은 27만1769주로 발행주식 111만3400주의 24.41%다. 의결권이 없는 자기주식을 제외한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비중은 72.13%다. 이들의 보유분과 자기주식을 제외한 주식은 23만4529주로 전체의 21.06%다.
정인철은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주 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주요 주주다. 트러스톤은 2025년 7월 OK캐피탈과 의결권 및 주주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2026년 10월13일 발표 기준 공동보유 지분은 5.04%다.
태광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공정자산 기준 48위에 올랐다. 전년 59위보다 11계단 상승했다. 공정위는 애경산업 인수를 순위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들었다.
△태광산업이 걸어온 길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제품과 합성섬유를 생산하는 태광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2025년 연결 매출에서 석유화학이 약 79%, 섬유가 약 14%를 차지했다. 본사는 서울 장충동에 있으며 울산 등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제품은 폴리에스터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아크릴로니트릴(AN), 청화소다, 과산화수소 등이다. 섬유 부문에서는 나일론, 방탄소재 등에 쓰이는 아라미드, 가발용 모다크릴, 중동 전통의상용 직물 등을 생산한다.
2026년 6월 말 기준 흥국화재 지분 39.13%, 롯데홈쇼핑 운영사 우리홈쇼핑 지분 27.99%, 티시스 지분 46.33%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방송통신 사업도 한다.
태광산업의 역사는 이임용 창업주가 섬유사업을 시작한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4년 부산 문현동에 직물공장을 세웠고, 1961년 태광산업 주식회사로 법인을 설립했다. 1967년 울산공장에서 아크릴 생산을 시작했으며 1975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1979년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를 생산했다. 1995년 울산에 PTA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1공장을, 1997년에는 프로필렌과 아크릴로니트릴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2·3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원료에서 합성섬유와 직물로 이어지는 생산체계를 갖췄다.
2012년 과산화수소 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상업생산에 나섰다. 2015년에는 아라미드 공장, 2021년에는 모다크릴 공장을 준공하며 생산 품목을 넓혔다.